김밥천국 가는 날
초록콩 2025/04/2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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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밥천국 가는 날
- 전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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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 - 2025-04-09
: 2,520
몇 년 전만 해도 대로변에서 흔히 보이던 분식집 ‘김밥천국’이 근래에는 검색을 해야만 찾을 수 있는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고 가게 수도 현저히 줄었다.
예전처럼 만원 짜리 한 장이면 두 세 가지 메뉴를 시킬 수는 없지만 그곳은 여전히 저렴함 가격으로 한 끼를 배불리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2007년 데뷔 이래 SF, 스릴러, 사회파 추리 소설부터 논픽션, 만화 스토리까지 전방위 매체와 장르에서 독보적인 활동”(인터넷 서점 책소개 중)을 해온 전혜진 작가의 신작 <김밥천국 가는 날>은 연작 단편소설집이다.
모두 음식 메뉴가 제목인 단편 10편은 김밥천국에서 허기는 물론 마음의 헛헛함까지 채우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20년 넘게 학습지 교사를 하는 ‘은심‘은 항암 치료 중에도 일어 학습지를 열심히 하던 회원 ‘진수’의 부고를 받고 장례식장을 찾아간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가족에게도 버림받은 ’진수‘는 항암치료 중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김치만두를 그리워한다.
베트남에서 대학까지 졸업했고 남편을 사랑해서 한국으로 시집온 ‘리엔’은 현재 다문화 교사로 일하고 있지만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늘 불편하다.
계약직으로 시청에서 근무하는 ‘아람’은 상사들의 말도 안 되는 억지와 민원인들에게 시달리다 정신과치료를 받고 있다.
가정에 충실하고 회사에서는 인정받는 직원인 황상식은 수연에게는 성폭행을 저지른 파렴치한일 뿐인데 어느 날 그의 부고가 전해진다.
이혼 후 전남편에게 양육비 한 푼 못 받고 홀로 딸을 키우는 희우는 매번 어린이집에 가장 늦게 아이를 데리러 가는 엄마다.
열 가지의 음식이 함께 한 이야기는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인천광역시청 근처의 김밥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곳에 들러 식사를 하는 이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지만 각자 크고 작은 걱정과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특수고용직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 죽음을 앞둔 남성, 그리고 성폭행 피해자, 가부장적 가정에서 자라 여전히 가족의 끼니를 챙기는 여성, 한부모가정의 여성, 출산, 육아 휴직으로 고민하는 계약직 여성 등등 모두 부당한 대우 속에서 고단한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은 김밥천국에서 식사를 하고 난 후 기운을 차리고 툭툭 일어나 남은 하루를 살아간다.
어찌 보면 흔하디 흔한 메뉴지만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한 끼를 든든히 채운 이들은 앞으로 나갈 힘을 얻고 내일로 나아간다.
10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한 다리 건너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이라 다음 이야기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기대하며 읽게 된다.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고 여럿이 가도 부담 없는 “김밥천국”에 들른 이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삶이 내일도 여전히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건 알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 모습이라 인상 깊이 남는다.
맛깔난 음식 이야기는 읽는 내내 군침을 돌게 하는 것은 물론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겹쳐 보여 그곳에 가면 나 역시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본 도서는 래빗홀클럽 활동 중 래빗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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