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개자식에게
초록콩 2025/04/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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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제목 때문에 먼저 관심을 가지게 된 소설이다.
소설은 사십 대의 이름이 꽤 알려진 작가 오스카가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글로 시작한다.
젊은 시절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던 오십 대 여배우 레베카를 본 소감을 적은 짧은 글을 당사자인 레베카가 읽고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로 시작하는 메일을 보낸다.
메일을 받은 오스카는 레베카가 누나의 친구였다는 사실과 어린 시절 함께 한 추억을 적어 보내고 두 사람은 오랫동안 메일을 통해 연락하게 된다.
소설은 오스카와 레베카가 주고받는 메일과 이십 대의 조에 카타나의 블로그 글로 이루어졌다.
이십 대인 조에는 페미니즘 블로그를 운영 중인 여성으로 한때는 오스카의 홍보 담당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
조에는 오스카와 일할 당시 겪은 성추행과 여러 가지 부당한 일을 블로그에 올리게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게 되면서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다.
가해자인 오스카는 피해자인 조에의 고통을 이해하려 노력하기보다는 별 것 아닌 일이었거나 조에에게 관심이 있어서 했던 행동이라고 자신이 저지른 일을 축소하려 한다.
“업무상 위력”에 의해 저질러지는 범죄의 특성상 당사자가 아니면 느끼지 못할 고통은 물론 고용의 불안까지 함께 한다는 걸 알기에 조에의 반응이 과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스카와 레베카는 알코올의존증과 마약으로 힘들어하며 단주와 단약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레베카는 나이 들어가는 여배우가 느끼는 불안을 토로하고 코로나 팬더믹 시대의 일상을 적어보내며 서로에게 힘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오스카가 조에에게 저지른 일이 별 것 아닌 일로 느껴지기도 하고 피해자라는 여성이 느끼는 강박적 불안이 과장된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도 된다.
소설은 오스카와 레베카가 주고받는 메일이 메인인 까닭에 피해자가 겪고 있는 트라우마나 고통에 대해서는 몇 편의 블로그 글로 짐작할 수밖에 없다.
천재로 불리는 작가는 지탄을 받기도 하지만 많은 독자들은 그의 신간에 열광하기도 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사이버불링은 물론 피해 사실은 별 것 아닌 일, 좋아해서 벌어진 일쯤으로 치부하며 예민한 사람으로 몰린다.
하지만 소설이 종반으로 가면서 오스카가 느끼는 감정들이 사건의 주변인이나 단지 가십거리로 여기는 대중의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작은 일도 그 일이 내 일이 됐을 때 진정으로 고통을 크기를 깨닫는 것처럼 오스카 역시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는 순간이 큰 계기가 아니라 그 일이 자신의 일이 됐을 때다.
그리고 조에에게 자신의 딸을 대비시키면서 자신이 과오를 깨닫게 된다.
소설은 피해자의 목소리보다는 가해자의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민낯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상을 사는 오스카의 모습에서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 모습이 평범한 우리의 모습으로 비쳐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어디서든 자신의 생각을 적어 보낼 수 있는 메일 형식의 소설은 즉흥적이고 불안한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겪을 수도 있는 이야기라 크게 공감하게 된다.
<비채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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