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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콩
  • 그녀를 지키다
  •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 19,800원 (10%1,100)
  • 2025-03-20
  • : 8,465
소설은 여든두 살의 늙은 석공이 죽음의 문턱에서 사경을 헤매며 전 생애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이야기다.
가난한 석수장이였던 아버지가 전쟁 중 사망하자 왜소증을 안고 태어난 아이 미모는 엄마와 헤어져 석공인 알베르토에게 맡겨진다.

알베르토의 도제가 된 미모는 온갖 구박과 학대를 견디며 생활하던 중 이탈리아의 명문가인 오르시니 가문으로 일을 하러 가게 되고 그곳에서 지적이고 영특한 소녀 비올라를 만난다.
비올라는 미모에게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설명하는 한편 아버지의 서재에서 책을 훔쳐 빌려주며 지식을 쌓는데 도움을 준다.

누구보다 자유롭고 싶었던 비올라는 하늘을 날기 위해 글라이더 만들기에 몰두하고 미모 역시 최고의 조각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비올라의 생일에 약혼식 일정이 발표되자 글라이더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오른 그녀는 큰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미모 역시 마을을 떠나 피렌체의 석공장에 팔려간다.

소설은 죽음을 앞둔 미모가 자신의 생을 되짚어가는 이야기와 미모가 만든 걸작 피에타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쳐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로를 영혼의 형제로 여긴 비올라와 미모의 관계를 통해 그 시대의 문제점과 전쟁의 폐해를 알아가게 한다.

왜소증이라는 신체적 장애를 가진 석공과 20세기초의 여성은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거나 대접받지 못한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들이다.
다행히 석공인 미모는 뛰어난 실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만 누구보다 뛰어났던 여성 비올라는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미모와 비올라는 남녀 간의 세속적인 사랑을 뛰어넘는 관계로 비올라는 미모의 내면을 강하게 단련시키며 무솔리니의 파시즘 치하에서도 살아남는다.
특히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하던 시기에 왕립 아카데미 회원이 되는 자격이 주어진 미모가 내린 결정은 통쾌함을 넘어 전율을 느끼게 한다.

만약 미모의 삶에 비올라가 없었다면 그는 별다른 생각 없이 돌을 잘 다루는 석공으로 살아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비올라 역시 미모가 없었다면 부유한 결혼생활에 안주하며 편안한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둘은 함께 했고 최고의 예술을 꽃피울 수 있었고 끝까지 날아오르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은 한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예술과 함께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그 시대를 이겨내고 살았던 이들에게 보내는 헌사이다.
단순히 미모와 비올라의 삶을 따라가는 여정이 아닌 미모가 조각한 피에타의 비밀과 마지막 반전은 놀라움과 감동을 준다.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및 시나리오 작가”로 소개되어 있다.
불우한 어린 시절과 진흙탕 같은 인생에서 미모를 건져낸 비올라의 천진함과 영특함, 그리고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미모의 예술성, 그에 따른 성공과 여주인공의 불행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는 관용적 표현을 적확하게 적용하며 진행된다.

실존했던 그 시대의 중요인물들과 미모와의 접점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장면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특히 미모와 검프 모두 사회에서 멸시받고 인정받지 못한 존재들이라 더더욱 그렇다.
묵직하지만 그렇다고 어렵지 않은 좋은 소설을 만나 행복하고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궁금해진다.

<본 도서는 열린책들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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