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소리
초록콩 2025/04/0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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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소리
- 이순옥
- 16,200원 (10%↓
900) - 2025-03-10
: 3,675
두 아들을 키워낸 엄마지만 저는 음식 솜씨가 형편없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들들은 군대에 가서도 엄마가 해 주는 음식이 먹고 싶다는 소리나 휴가 때 뭘 해달라는 말없이 엄마가 주는 대로 먹고 부대로 복귀하곤 했습니다.
<엄마소리>를 읽으며 문득 내가 떠난 세상에서 아들들이 엄마의 음식을 기억하며 그리워할 일은 없겠다 싶어 괜히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림책은 엄마가 요리하는 소리를 “나를 사랑하는 소리”라고 이야기합니다.
엄마는 계절에 따라 음식을 장만하고 나를 살펴 그때그때 알맞은 음식을 만들어 냅니다.
“콩콩콩콩콩콩
톡톡톡톡톡톡
착착착착착착
똑똑똑똑똑똑
폭폭폭폭폭폭
……”
무수히 많은 소리를 만들어 낸 엄마의 음식을 먹고 내가 자라는 사이 엄마의 고운 손은 점점 굵어지고 주름이 가득해져 갑니다.
지금처럼 식재료를 구하기 쉽지 않았던 어린 시절 김밥은 소풍 때나 먹던 거고 잡채는 명절이나 잔칫날에는 먹던 음식이었습니다.
우리 엄마의 소리는 가을이 다가오면 텃밭에서 매끈하고 예쁜 무를 뽑아 고른 모양으로 채를 치는 소리입니다.
특별한 양념이 없이도 조물조물 무쳐낸 무생채만 있으면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밥 한 그릇 뚝딱 먹었습니다.
이제는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우리 <엄마소리>가 무척 그리워집니다.
글보다 그림이 중심이 된 그림책을 보며 그 안에서 많은 이야기와 소리를 찾아냅니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먹이고 살린 소리를 내던 엄마의 손은 점점 변하고 어느새 엄마가 된 나는 내 아이들을 사랑하고 먹이고 살리는 소리를 내며 부엌을 지키는 모습은 어떤 글보다도 마음을 찡하게 울립니다.
한 번도 제대로 엄마에게 ”내가 사랑을 하는 소리“를 들려드리지 못한 게 못내 서러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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