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간 공격
초록콩 2025/02/11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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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앗간 공격
- 에밀 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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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 2025-01-16
: 2,005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에밀 졸라‘는 [루공-마카르 총서]를 통해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노동, 사생활 등 19세기 후반 프랑스 사회의 온갖 특징적 양상을 형상화’(p234)하고자 했고 ‘나는 고발한다’는 명문장으로 드레퓌스 사건의 진실을 알리려 애쓴 작가다.
“자연주의 문학의 정점이자 펜으로 산 자를 해부하는 작가”의 초역 단편집 <방앗간 공격>은 모두 다섯 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으로 고전은 어렵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불식시킬만한 이야기들이다.
’프로이센과 프랑스‘의 전쟁이 시대적 배경인 <방앗간 공격>은 평화롭기만 하던 방앗간이 어느 순간 전쟁의 중심이 되면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방앗간이 프로이센 군의 요새가 되자 그곳에 거주하던 결혼을 앞둔 젊은 남녀와 방앗간 주인인 여자의 아버지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다가온다.
전쟁의 승자가 아군이든 적군이든 상관없이 그 피해는 일반 국민이 고스란히 입는다는 사실은 마지막 문장에서 가슴을 후비며 전해진다.
<나이스 미쿨랭>은 아름다운 시골 풍경과 신분을 뛰어넘는 젊은이들의 사랑, 그리고 살인까지 영화와 오페라로 만들어질 만큼 스펙터클한 이야기다.
<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은 졸라가 늘 느끼던 죽음의 강박증이 전해지는 이야기로 사실주의 소설에서 절대다수로 쓰이던 삼인칭 소설이 아닌 일인칭 주인공 화자 시점의 소설이다.
강역증 발작으로 생매장당한 남자는 가까스로 무덤을 빠져나와 아내를 찾아가지만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샤브르 씨의 조개>는 나이 든 남자가 젊은 아내를 얻지만 자식이 생기지 않아 의사의 처방에 따라 조개를 많이 먹을 수 있는 지방으로 휴가를 떠난다.
그곳에서 눈 부신 젊은 남자를 만나게 되고 아홉 달 후 아내가 사내아이를 낳자 의사를 불러 치하하며 조개 덕분이라고 즐거워한다.
<수르디 부인>은 무명 화가였던 남편을 유명화가로 우뚝 설 수 있게 도운 수르디 부인은 점점 남편을 대신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다섯 편의 이야기 속에는 여러 군상이 등장한다.
전쟁 중 아버지와 연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도 사랑하는 여인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를 죽여야 하는 여자도 등장한다.
죽음을 이기고 살아난 남자는 아내의 행복을 위해 돌아설지 떠날지를 결정해야 한다.
거기다 남편은 모르는 비밀을 안고 아이를 낳고 한 번 얻은 명성을 놓칠 수 없어 남편을 대신에 그림을 그리는 여자도 등장한다.
모든 등장인물들의 사정이 이해되고 그 선택을 한 인물들의 사정에 동조하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고전은 시대와 맞지 않은 탓에 고루하거나 난해하고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에밀 졸라’의 단편은 선명한 결말과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되는 이야기들이라 전혀 진부하지 않다.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일어나고 벌어지는 일인 탓에 공감하며 읽게 된다.
아름답게만 보이던 표지의 사진은 표제작 <방앗간 공격>을 읽은 후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숨겨진 슬픔이 있을 수 있고 보이는 게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느끼며 ’에밀 졸라‘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어진다.
빛소굴의 세문전 세 권을 차례로 읽으며 고전에 대한 편견이 진짜 편견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고전도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빛소굴 세문전 네 번째 작가가 누구일지 몹시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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