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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콩
파선
초록콩  2025/02/07 11:50
  • 파선
  • 요시무라 아키라
  • 14,220원 (10%790)
  • 2025-01-24
  • : 3,785
*YES24리뷰어클럽 이벤트에 당첨되어 북로드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일본 서점 직원들이 뽑은 ’가장 팔고 싶은 책‘ 1위!>라는 문구의 띠지를 보고 너무나 읽고 싶었던 책이다.
작가 ’요시무라 아키라‘는 일본 기록문학의 거장으로 그의 소설 <관동대지진>을 통해 그 당시 조선인 학살의 참극 알렸다고 하니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작가다.

에도 시대, 다른 마을과는 고립된 가난한 어촌 마을의 열일곱 가구 주민들은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그들만으로 생활 방식과 전통을 고수하며 목숨을 연명한다.
9살 이사쿠는 아버지가 3년 계약으로 마을을 떠나 고용하인으로 일하러 가자 어린 동생 셋을 어머니와 함께 건사하며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간다.

단풍이 마을을 물들일 무렵이면 마을 사람 전체가 참여하여 뱃님을 위한 의식을 거행하는데 마을 앞바다의 암초에 배가 좌초되어 부서지기를 기원하는 의식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겨울이 되고 날씨가 궂은날이면 폭풍우 지는 바다를 지나는 배를 유인하기 위해 해변에서 밤새 소금을 만들기 위한 불을 지핀다.

이사쿠도 집안을 대표해 소금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게 되고 어느 날 쌀을 실은 배가 암초에 걸려 좌초되자 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에 젖는다.
촌장의 지휘로 일사불란하게 배에 실린 화물은 마을로 옮겨지고 배도 해체해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게 한다.

뱃님이 내린 쌀로 마을 사람들은 숨통을 트이게 되지만 척박한 환경에 사는 그들은 쌀을 아끼고 아껴 생활한다.
그리고 다음 해에 또 뱃님이 마을에 찾아오고 배 안에는 붉은 옷차림의 죽은 자들만 잔뜩 실려있자 마을 사람들은 진귀한 붉은 옷을 모두 벗기고 배는 시체와 함께 먼바다로 보낸다.
옷감은 마을 사람들이 공평하게 나누어 갖지만 얼마 후 마을엔 생각지도 못한 무지 무시한 재앙이 밀어닥친다.

절해고도의 가난한 섬마을의 9살 이사쿠가 몇 년에 걸쳐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도와 가족을 돌보는 과정은 눈물겹도록 짠하다.
난파된 배의 물건을 취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배가 좌초되도록 유인하는 마을의 풍습을 어린아이가 아무 저항 없이 따르는 모습이 끔찍하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다.

어쩔 수 없는 환경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어 산 사람의 목숨을 뺏기도 하지만 획득한 물건은 나름 공평하기 나누기도 하고 어린아이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고 죽은 사람은 윤회해 다시 마을 사람으로 태어날 거라는 믿음은 보며 그들이 악인인지 선인인지 어느 순간 헷갈리게 된다.
거기다 평소에는 이사쿠에게 모질게 대하기만 하던 엄마가 마지막 촌장의 결정에 흔쾌히 따르는 모습을 보며 어떤 모습이 진짜 엄마의 진심인지 고민하게 한다.

계절마다 바뀌는 마을의 풍경과 바다에서 잡히는 어종의 변화는 마을의 기괴한 풍습과 삶을 아름답기보다는 고단함을 느끼게 해 어느 순간 이사쿠에게 감정 이입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아버지의 귀향에 마냥 기뻐할 수 없었던 이사쿠의 심정이 이해돼 마음이 너무 아팠다.
기대한 것보다 훨씬 흥미진진한 이야기였고 끔찍하지만 슬프기도 했던 이야기는 오래 기억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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