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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파선의 선장들
  • 김새섬.김진경
  • 16,020원 (10%↓890)
  • 2026-09-18
  • : 6,660
(도서지원) 최근 인터넷에서 ‘누구나 치사율 100%의 삶을 살고 있다’는 문장을 보고 그제서야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실감했던 적이 있다. 평소에는 삶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살아가기에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 하지만 누구나 반드시 맞는 결말, 바로 죽음이다.

<난파선의 선장들>은 지난 해 갑작스럽게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은 독서 플랫폼 그믐의 김새섬 대표와 김진경 작가가 죽음에 대해 함께 나눈 대화를 담고 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암 병동>, <죽음의 수용소에서> 등 다양한 책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이들의 대화는 결국 ‘죽음’에서 ‘삶’으로 이어진다. 죽음과 삶은 동전의 양면이자 양극단. 결국 그 둘은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교모세포종은 평균 생존 기간 13개월이라는 악성 뇌종양이다. 그런 병을, 시한부 인생을 진단받았다면 무척 우울하고 낙담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 같지만, 책 속 김새섬 대표는 무척이나 당차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다. 병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예상과 다른데, ‘왜 나만 예외겠는가’ 하고 묻는 모습부터가 그렇다. 그러게? 말도 안되는 극악의 상황을 맞았지만, 왜 나만 예외겠는가? 나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한들 그게 뜻밖의 일이라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많이 겪어서일지도 모르고, 평소 죽음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내게 현실을 빠르게 수용한 뒤에는 ‘그래서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질문이 남는다. 김새섬 대표 역시 ‘나는 40배로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책 중간 즈음, 김진경 작가는 김새섬 대표에게 ‘좋은 삶의 세 가지 조건’을 묻는다. 이제껏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이다. 나에게 좋은 삶의 조건은 자율성, 배움, 마음의 여유다. 사실은 딱히 뭐가 없어도, 조건 짓지 않아도 그냥 있는 그대로 충분한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저 ‘좋은 삶의 세 가지 조건’은 이미 의식적으로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추구하면서 살고 있는 것들이고(아마 모두가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역시 삶은 지금 있는 그대로 충분한 것이다. 그냥 그 충분함을 ‘인식하기만’ 하면 된다.

‘죽음’을 다루고 있다고 하면 무겁고 우울할 것만 같지만,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다양한 문학적 레퍼런스들과 일화들이 등장해 무척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이 책의 제목과도 관련 있는 “우리는 승선했다.”는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미 승선했고 난파는 틀림없이 다가올 분명한 미래라면, 역시 받아들이는 수밖에. 이 책은 김새섬 대표와의 대화를 통해 그 사실을 부드럽게 일깨워 주며 지혜와 용기를 선사한다.

‘나는 구경꾼이 아니다. 나도 곧 난파당할 것이다. 새섬이 조금 앞섰을 뿐, 우리는 모두 난파자다. 난파당할지 말지는 내 손에 달린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모두 배에 올라 있고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풍랑이 다가오는 중이다.’(221p)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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