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 랭의 <정원의 기쁨과 슬픔>. 전작 <이상한 날씨>, <강으로>, <에브리-바디>를 무척 즐겁게 읽었기에 기대하고 있었던 신작이다. 사실 주된 주거공간이 아파트인 한국에서는 나만의 정원을 가지기란 상당히 요원한 일이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 언젠가 정원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읽어보았다.
이 책은 정원을 가꾸는 행위를 통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탐색하는 책이다. 저자가 영국 시골에서 직접 정원을 돌보며 사유한 것들을 글로 담았다. 그녀는 정원을 성장과 소멸, 시작과 끝이 교차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정원이란 결국 시간의 흔적이 쌓이는 곳이고, 우리는 그 안에서 사라지는 것들과 남아 있는 것들을 마주하게 되는 거라고.
특히 좋았던 건 이 책이 단순한 원예 에세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책 속에는 사회적, 정치적 맥락과 맞닿는 부분들이 등장하는데, 대표적으로 기후 변화와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우리가 자연과 어떻게 관계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원이 단순한 안식처가 아니라 변화를 품고 있는 공간이며, 결국 삶 자체라는 것을.
저자에 따르면 정원을 돌본다는 건 단순히 돌보고 가꾸는 일을 넘어, 변화에 대한 받아들임,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도, 그리고 여전히 자라나는 것들에 대한 희망까지 포함한 일이다. 읽고 나면 금방이라도 나만의 정원을 가지고 싶어 두근거리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