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책과 함께 시작한 새해. 시작이 좋다.
아이를 돌보는 일과 창조적인 작업 사이에서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성공하며 나아가는 열한 명의 여성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돌봄과 작업>. 이 책은 어머니이자 창작자인 여성들의 성장담이다. 일 욕심 많은 밀레니얼 세대 여성으로서 선배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고무적이었다. 그 누구도 정답을 모르는 문제 앞에서는 다른 이의 경험담이 동앗줄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니까. 아이와 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 사이에서 나만의 길을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가장 좋았던 건 다양한 양육 상황과 직업을 가진 이들의 구체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는 점이었다. 아이가 한 명 혹은 두 명인 경우, 입양한 경우, 프리랜서인 경우 등등 제각기 다른 환경에서 돌봄과 일을 병행하고 있는 여성들. 이들은 아이를 통해 ‘해일과도 같이 모든 것을 쓸어가버리는’ 사랑과, ‘속세의 어떤 사랑이나 권력과도 비교 불가능한 충만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시간과 에너지의 가난’을 감수하고 ‘놓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놓아야‘함을 고백한다. 돌봄과 작업이라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축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때로는 좌절감을 주지만 그 이상의 행복을 준다. 놀라웠던 건 다양한 삶의 형태를 가진 열 한명의 필자들이 말하는 것이 결국 같다는 것이었다. 자기 발견과 사랑. 아이를 향한, 내 일을 향한, 나 자신을 향한 사랑. 사랑은 지난한 길을 헤쳐나가는 동력이 되어주기도 하고, 지친 나를 위로해주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사랑을 통해 사랑을 깨달아가는 여정은 결국 자기 발견의 여정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나는 이 책을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비단 육아와 일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삶의 균형을 잡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될 수 있다. 책 속에 언급된 인정과 타협이라는 키워드가 특히 그렇다. 이를테면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상태를 인정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드러내는 것, 완벽하지 못할 수 있고 완벽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것을 아는 것. 편집자 노트에서 언급된 ‘돌봄’이라는 단어의 확장성처럼 이 책은 워킹맘들의 이야기일뿐만 아니라, 서로를 돌보고 함께 연대하며 우왕좌왕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쓰며 헌신하는 일은 자신을 먼저 건강히 돌보는 시간이 없다면 견뎌내기 힘든 과정이다.’(172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