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깜찍한 인상과 달리 의외로 분위기가 무거운 내용이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탈주 닌자인 사토코는 물건을 잎으로 처리할 수 있으나, 그 외의 능력은 없다. 그녀는 우연히 암살 능력이 뛰어나고 잔혹한 코노하와 같이 만나서 직업 파트너로서 살게 된다. 의외로 암살자이면 깔끔한 시체 처리, 즉 청소가 중요한가 보다. 코노하는 마음을 쉽게 열지 않으나, 직업 파트너에 꽤 의미를 강하게 두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사토코도 폐쇄적인 닌자 세계에서 살았기에 그다지 사교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 와중에 마린이라는 암살자와 사토코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로봇이 난입한다. 로봇을 사토코로 착각한 코노하는 그녀와 같이 살게 되고, 로봇의 사교적인 모습에 점점 매료되어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비밀까지 털어놓는다. 다정한 모습에 질투가 난 코노하는 로봇을 잎으로 변하게 한다. 마린의 이야기로는 1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로봇이었기 때문에 새로 만들지는 못한다고 한다. 정들었던 로봇이 사라지자 코노하는 상당히 침울해진다.
미래 세상에서 제법 있을 법한 얘기라 보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챗지피티에게 인간 관계와 정서를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챗지피티도 결국 사물이고, 사물도 언젠가는 변한다. 사람이 죽는 것처럼,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어 내가 정서적으로 의존했던 그 프로그램은 사라질 수도 있고. 팬텀 트리거에서 '내가 타깃으로 한 사람을 제거하면, 누군가에게 소중했던 사람을 제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 작품은 그것의 심화라고 생각된다. 내 말은, 이 사건으로 인해 코노하도 프로 암살자로 성장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정도가 로봇이 줄 수 있는 도움이라 생각한다(사토코가 로봇을 죽이는 장면까지도 타이밍이 적절했다 본다.). 그녀는 평상시 아무 감정 없이 사람을 죽여왔다. 로보코의 죽음은 캐릭터를 죽이고 효과를 내는 완벽한 예시이다. 로봇 및 사토코와 코노하의 관계는 오랜 시간 발전해왔다. 로봇이 죽은 후 코노하가 로봇이 만든 마지막 된장국을 먹는 것으로 에피소드가 끝나는데, 식탁에서 코노하 맞은편의 빈 공간과 충전 콘센트 옆의 빈 공간 장면은 아무 말 없이도 엄청난 임팩트를 주었다. 제법 치명적인 백합물이라 2기가 나올지 모르겠는데, 로봇의 그 스쳐지나감이 이후 사토코와의 인간 관계가 발전하는데서도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사토코가 좀 더 눈치가 좋아야 할텐데.
이 에피소드를 보니 생각나는 음악이 있어서 올려본다. OST말고 다른 음악이 생각나게 하는 작품은 에스카플로네 이후 오랜만이네. 30년 정도 되나. 근데 에스카플로네처럼 막 거부감가는 느낌은 아니고, 좋은 느낌으로 분위기 무거워서 좋았음.
https://youtu.be/BLFf5VY6mhE?si=bepKn_9aGtJE6I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