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짓말을 절대 안한다, 라고 결심하면 지키기가 어려운 새해약속같은 게 되겠지. 상황에 따른 유연성을 구비한다면 그 때에 맞게 굴러갈 수 있다고 본다. 이방원처럼 나라에 지장이 가는 분야가 아닌 이상 그냥 그럴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수도 있지 생각하며 순리에 맞게 말을 구성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진 않음. 나는 이게 마치 기계에 마음이 없어도 된다고 주장하는 덴마와, 기계에 사람의 마음을 꼭 대입하고 싶은 오챠노미즈가 만나 아톰이라는 일종의 완전히 혁신적인 로봇을 창조한 것과 같다고 봄. 사실 덴마의 뚜껑을 오챠노미즈가 덮어주어 관계가 유지되었다고 보는 게 훨씬 적확하지만 말이다. 근데 덴마 성격 진짜 졸 복잡하더라.. 츠츠미 모토코가 덴마를 잘 피해가서 히로시를 택한 건 신의 한수였다. 의외로 단순명료한 사람이 마음도 호방하다.
나도 이전에 약속을 했으면 꼭 만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마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내가 배신자가 되는 것처럼.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 잣대를 들이댔다. 애니메이션은 12화에서 아마 멈출 것 같지만, 아톰 더 비기닝 원작은 덴마 및 오챠노미즈가 사회에 진출한 이후 시점에서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아톰 원작을 보면 나오지만, 덴마와 오챠노미즈는 아톰을 만들때부터 서로 떨어져있다시피 했다. 덴마가 만든 아톰을 오챠노미즈가 이어받아 키우고 있는 형태이지만, 우연히 그렇게 되었을뿐 인수인계 하나 거치지 않았다. 아마도 아톰 더 비기닝에서 사정이 나오겠지. 나도 이제 나이가 먹다보니 "언젠가 밥 한끼 먹자"는 발언이 여전히 싫지만 안전착륙을 하기 위한 보호장치임을 안다. 나이가 드니 생각도 바뀌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걸 남한테 굳이 알리지는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