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감각의 박물학
조르쥬 깡길렘의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인간사랑)은 읽은 지 10년이 넘었다. 다시 펼쳐보니 무수한 밑줄이 그어져 있다. 대체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가에 대한 집요한 탐구. 푸코의 권력에 대한 일생의 탐구가 이 책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과언이 아니다.

권력에 대한 사랑의 바닥에는 권력을 남용하고자 하는 욕망이 깔려 있다는 발레리의 말처럼, 건강에 주어지는 가치의 바닥에는 건강을 가능한 남용하고자 하는 욕망이 깔려 있다.

건강은 자신의 육체를 가장 적게 의식하는 상태이다.

위궤양의 본질은 위산과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위가 스스로를 소화시키는다는 데 있다.

인간의 생리학은 다양한 공격을 만들어내는 문화적 상황에 처한 인간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이다. 평온하고, 게으르고 심리적으로 무관심한 노자나 장자류의 인간들에 대한 생리학이 아니다. 전자와 후자중 어떤 집단을 연구의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생리학의 성과는 달라진다. 객관적으로 엄격해야 할 생리학마저도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물며 인문학에서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복잡하긴 해도 충분히 즐길만한 책이다. 오락의 대상이 항상 쉬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베베 꼬여 그 끝을 알 수 없는 추리탐정소설처럼 말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