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감각의 박물학
서늘한 감동
감각의 박물학  2009/02/18 19:33
가브리엘 루아의 <내 생애의 아이들>
예전에 초반부를 읽다 말았는데 그때와는 느낌이 판이했다.
어떤 영화에선가 왕가위는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했는데,
사랑은 몰라도 적어도 책에서만큼은 왕가위의 말이 옳다.
좋은 타이밍에 이 책이 나에게 와주었다.
책꽂이 손닿는 곳에 놓아두고 자주 꺼내봐야겠다.
가르친다는 것이 무엇인지, 교사로서의 초심을 회복하게 해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또한 그때 세상 구석구석으로부터 그들이 나를 향하여, 따지고 보면 그들에게 한낱 이방인에 불과한 나를 향하여, 길을 걸어오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알지도 못하는 그 누군가에게, 나의 경우처럼 사범학교를 갓 졸업한 경험없는 풋내기 여교사에게, 사람들은 이 지상에서 가장 새롭고 가장 섬세하고 가장 쉽게 부서지는 것을 위탁한다는 것을 느낄 때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구절만으로도 이 책은 그 값을 충분히 했다.
<찬물 속의 송어>는 그 감동이 서늘하다.
가히 절창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