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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쿨하게 한 걸음>은 묵지근하다.
너절한 삶, 시들시들한 삶을 서유미는 조근조근 말한다.
과장도 없고, 위악도 없다.
멋스러워 보이려는 제스쳐도 없다.
30대 노처녀의 일상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창비장편소설상은 그 담담함에 대한 마땅한 보상이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쿨하게 한걸음>의 cool은 도시의 댄디들의 무책임한 쾌락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녀의 cool은 담담하게 삶을 껴안으려는 건강한 90년대 학번들의 처세술이다.
IMF에 깨지고 세계화에 치인 88만원 세대들의 치열한 생존법을
호들갑스럽지 않는 문체로 책은 말한다.
후생이 가외라고도 했고, 불치하문이라고도 했다.
선배들도 모자라면 후배들에게 배워야지.
학번, 나이, 학력, 쓸데없는 것 들이댈 때가 아니다.

서사가 죽은 시대라고, 천만에 모르는 소리다.
서사가 왜 죽어?
삶이 서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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