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더비더비덥덥
  •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 정하웅.김동섭.이해웅
  • 19,800원 (10%1,100)
  • 2013-04-21
  • : 1,978
 기본적으로, 대중은 과학같은 거 싫어한다. 모른다. 알고 싶지 않다. 왜? 어려우니까. 안그래도 세상 살기 팍팍하니까. 돈 벌어 먹고사는 것만도 골치아프니까. 뭣하러 머리를 사서 괴롭히겠나, '힐링' 안되게스리. 굳이 머리아픈 걸 볼 거라면 차라리 '주식책' 보고 돈 벌어모을 생각을 해야지. 과학에 관한한, 대중은 모른다는 사실에 위기감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말이야 바른 말이지, 좀 골치아픈건 사실 아닌가? 다른 장르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자연과학서적은 훈련이 좀 되어있지 않으면 즐기기 힘들단 말이다. 맞다, 과학은 일반인이 잘 알기엔 너무 어렵다. 대신 발상을 좀 바꾸면 어떨까? 잘 알기 어렵다기 보다, 거꾸로, 그렇게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대충 잘' 알면 된다고. 우리 문외한들로서는 '대충 잘'만 알면 된다.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신생 과학분야 3가지를 강의 형식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름도 개념도 생소할 전문분야를 '대충 잘'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은 골치아픈 것 다 빼고 두 가지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첫째, 그게 무엇인지. 둘째, 그걸로 뭘 할 수 있는지.

 여기에 소개되고 있는 분야들은 하나같이, 어지간히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것들 뿐이다. '복잡계 네트워크 및 데이터 과학', '생물정보학', '양자정보학'. 이름만으로는 뭐하는 분야인지 지레짐작도 힘들다. 아, 하나는 알 것도 같군, 복잡계 어쩌구가 아무튼 무진장 복잡할거라는 것 말이다. 이런 낮선 분야를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게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은 '그게 무엇인지', '그걸로 뭘 할 수 있는지', 이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언급한다. 나머지는 다 뺐다. 듣기도 싫고 들어봤자 모르는 배경 이론들은 최소한만 남기고 다 들어냈다. 덕택에, 3부 양자정보학 파트를 읽어도 양자역학을 알게 되지는 않는다. 대신 그걸로 뭘 할 수 있는 것인지 정도는 아주 확실하게 알게 된다. 

 그렇게 해서 획득한 이 책의 미덕은 '쉽다'는 것, 그리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쉬운 것만 남겼으니까. 재미도 있다. 선거결과를 점쟁이처럼 딱딱 맞추는데 재미 없을리가 있나. 강의를 담당한 교수님들께 '쉽게 쉽게'를 누누히 강조하는 누군가의 모습이 상상되기도 한다. 읽고 나면, 다 이해를 했든 못했든, '뭐시기라는 게 있다더라. 좌우지간 희한한 거더라'는 인상 만큼은 확실히 남겨 준다. 

 제목이기도 한 1부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이런 면에서 아주 모범적이다. 전체 3부 중 대표라 할 만 하다. 확실히 이해시키고자 하는 딱 하나의 개념, '복잡계 네트워크' 하나만 잡아서 '그게 무엇인지'를 확실히 이해시킨다. 그 것도 지극히 평범한, 일상언어의 수준에서. 어려울 것도 없다, 요즘 네트워크란 말 못 들어보고 사는 사람 없을 테니. '그게 무엇인가'를 이해시키고 나면, '그걸로 뭘 할 수 있는가'를 실감하게 하기 위해 피부에 와 닿는, 아니 잘만 하면 은행 계좌에도 와 닿을 것 같은 군침도는 적용 사례를 줄줄이 소개한다. 수학 얘기나 할 줄 알았더니, 그 수학으로 현역 정치인들 관계도를 읊어내린다. 이런 것도 하는거야? '좌우지간 대단하다'싶다.

 바른대로 말하자면, 사실 2부와 3부는 1부만큼 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특히 3부가 그렇다. 혹시 '쉽게 쉽게'를 교수님께 설득하는 데 실패하기라도 한 걸까? 그런 게 아니라 아마 해당 분야의 특성상 한계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쉽게쉽게 가기로 했기로서니, 이름부터 '양자'가 떡하니 붙어서 들어오는 양자정보학에서 양자역학을 설명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누구나 그 단어의 일상적인 의미를 아는 1부의 '네트워크'와는 상황이 다르다. 양자 암호화가 수학적 암호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물리적으로 절대 안전한 방식임을 보이려면 달리 별 수가 없다. 결국 '어디까지 설명하고 어디까지 생략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다.

 현대 과학의 최전방을 다룬다는 점 자체가 이 책을 꼭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으로 만든다.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가 다루고 있는 세 분야는 '정보'라는 테마를 공유한다. 얼핏 서로 동떨어진 세 분야 - 응용수학, 생물학, 양자물리학 - 에서 '정보'라는 공통된 주제가 어떤 새로운 연구 주제를 열어주는지, 그래서 그 분야들이 어떻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통섭'이다. 일반인들에게 권함직한 재미있는 대중과학서는 시중에 꽤 나와 있지만, 지금 이 순간 실험실에서 행해지고 있는 이런 최신 연구 트렌드들은 대중서로 소개되지 않은 것들이 훨씬 많을 터이다. 이들 신생 연구분야들 중에 어느 것이 갑자기 주목받아 우리 사회를 바꾸어 놓을 지 모르는데, 현재 진행형의 트렌드가 일반 대중을 상대으로 소개된다는 사실 자체가 반갑다.

 생각해 볼 점이 있다면, 우리가 이런 것들을 '왜 알아야 하는가'이다.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이 부분이 다분히 실용적인 관점에 고정되는 감이 있다. '그 것으로 뭘 할 수 있는가', 즉 '쓰임새' 대한 소개가 중요한 촛점이기 때문이다. 소개된 세 분야의 선택부터가 실용적 측면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셋 다 기초과학이라기보다 사용처가 분명한 응용학문들이며, 공유하는 주제는 다름아닌 '정보'다. 이런 실용적인 학문이라면 독자로 하여금 별 고민 없이도 '야, 이거 알아야 겠구나'싶게 만들 수 있을 터이다. 아무렴, 이렇게 쓰임새가 많은건데 알아야 하고말고. 경제에 도움되고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는데. 

 그러나 우리가 최신 과학의 흐름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이유는 그 것이 많이 쓰인다거나 알고 있으면 돈이 될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 살리려고, 국가 안보를 위해서 공부한다면 얼마나 가난한 철학인가. 실용적인 측면에서라면, '그런 것 모르고도 잘만 쓴다'는 항변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상대성이론이 거기에 사용된다는 사실도, 상대성이론 자체도 모르지만 우리는 자동차 GPS를 잘만 쓰지 않나. 누구나 어려워서 싫어하는 과학임에도 '왜 알아야 하는가'하는 질문은, 사실 우리가 왜 교양 지식을 쌓아야 하는가의 질문과 같다. 과학은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초적인 교양으로서 공부될 필요가 있다. 

 카이스트 명강 시리즈 다음 권의 주제는 '뇌'이다. 예정된 제목은 <1.4킬로그램 속의 우주>. 해당 강의에 참석해 들은 것은 아니라서, 다음권에서 과연 인문학적 지식으로서의 과학 공부의 필요성이 등장할지, 아니면 계속 실용적 목적으로만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뇌과학이 주제인만큼 1권인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와는 조금 다른 시각이 기대된다. 뇌에 관한 최신의 연구는 우리 인간이 인간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기도 하다. 이토록 본격적인 전문가의 영역을 이토록 쉽게 다루어 주는 시리즈, 흔치 않다. 반가운 책이다. 다음권이 기대된다. 초판 1쇄 나오는 즉시 기다렸다 냉큼 사리라.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