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이 책의 원제는 '로빈 후드 수학'이다. 로빈 후드가 누구인가? 마치 홍길동처럼 부자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캐릭터가 아니었는가. 저자는 수학의 로빈 후드다. 이 책은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수학적 도구와 사고방식을 알려주는 교양서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숫자에 종속되면 안 된다. 우리는 수학이라는 무기로 나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야 한다. 매체에서 접할 수 있는 각종 대학 순위가 그렇다. 이것을 우리가 객관적인 결론이라고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대학을 어떻게 평가할지 그 비중을 주관적으로 나누었을 뿐이며, 그 결과는 내가 알고 싶어하는 기준과는 다를 수 있다. 나도 오늘 사고 싶은 제품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 제품이 높은 평점이어야 반드시 나에게 좋은 제품이 될 것인가? 디자인이나 내구성, 가격과 같은 나만의 기준이 있어야 진정 필요한 제품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계산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고방식이 아닐까 싶다.
2. 저자는 고난도의 통계 개념을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데 능숙하다. 사실 베이즈 정리는 학교에서 배웠음에도 아직도 일상에서 써먹기에는 참 복잡했던 개념이었다. 그가 말하는 베이즈 정리의 통찰은 이렇다. 판단은 새로운 증거에 따라 수정되어야 한다. 이 개념을 가르쳐주기 위해 네이트 실버가 어떻게 선거 예측을 했는지 들려주는 데 이것이 매우 현실적이라 흥미진진하다. 이 파트가 재밌다면 네이트 실버의 <신호와 소음>을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새로운 증거의 질과 한계를 반영해 예측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유리한 선택이 반드시 나에게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기억에 남는다. 똑같은 평균 수익률의 투자 상품이 있다고 가정하자. 두 선택지의 기대 수익이 같더라도 다른 하나는 변동 폭이 크다면 어떨까? 급하게 목돈이 필요해지는 사람은 중간에 큰 손실을 맞이 할 수 있다. 평균으로는 장기적인 미래를 가늠할 수 있지만, 내 앞에 닥친 결과를 보장하진 않는 거 같다. 그러니 우리는 실패했을 때도 감당 가능한 선택을 선호하는 게 아닐까.
3. 결국 저자의 문제의식은 수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빅테크와 공공기관을 향한다. 그들은 데이터를 수익화하고 인간을 감시하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미국의 식료품 기업인 크로커는 35페타바이트의 고객 데이터를 매년 외부 기업에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미 의회도서관의 전체 디지털 데이터보다 많은 양이라고 하니 정말로 어마어마한 수치가 아닌가. 대부분의 빅테크는 생산성 추적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있으며, 그는 비인간적인 생산성 점수를 강도높게 비판한다. 캔버스는 학생들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학생을 타겟으로 하는 광고 기업에 팔아넘긴다고 한다. '감시 자본주의'라는 말이 적절하다. 우리의 사생활과 자유 의지는 빅테크 서버 속 데이터 쪼가리에 무너지고 있다. 내가 온라인에서 하는 행동은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반영하고 있을까? 나의 호기심과 분노를 유발해서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지는 않는가? 다만 이 책을 읽더라도 이 구조를 쉽게 이길 수는 없을 거 같다. 하지만 적어도 시스템의 결과를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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