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우리는 영웅을 갈망한다. 최초의 문학이라 불리는 길가메시도 영웅 서사시인 것도 그 이유이지 않을까. 독재자들도 자신의 권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영웅적인 서사를 꾸며내곤 한다. 이 책에서 나오는 프랑크 제국도 이러한 유혹에 무관하지 않았다. 저자들은 그들이 치밀하게 조작한 정치적 서사를 파헤친다. 피핀 3세가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은 기록은 의도적으로 누락된다. 무혈 쿠데타라는 신화를 만들기 위해 권력자들의 입맛대로 그 부분을 비워놓은 것이다. 이후에도 제국은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실을 은폐해야 했다.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라는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2. 이 책은 과거의 제국주의적 신화를 산산조각 낸다. 과거의 역사가들은 이슬람권을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타자로 규정하며, 서양을 이성적이고 평화로운 문명으로 정당화했다. 우리가 세계사를 배울 때도 그렇지 않았나. 고대 중국이나 그리스, 로마를 중심으로 그 이외의 국가는 변방으로 배웠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역사학에 따르면 과거 오리엔트 지역도 기술과 문화를 주도하는 융성한 지역이었다고 밝힌다. 저자들의 관점도 단순한 기독교 대 이슬람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중세 유럽은 종교 하나로 설명하기에는 본인의 이익에 따라 배신이 난무하는 복잡한 사회였다. 성전이라고 알려진 투르-푸아티에 전투도 통치자 사이에 갈등으로 발생한 정치적 국지전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 책의 가치를 고려한다면 이렇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3. 이는 역사 속에서 여성들의 서사를 중심으로 바라보려는 관점으로 두드러진다. 요즘 역사서를 읽으면서 자주 발견하는 경향인 거 같다. 셉티마니아의 공작부인 두오다의 텍스트를 심도 있게 분석하여 당시 프랑크 제국의 문화에 깊이 참여한 주체였음을 발견한다. 여성은 단지 희생자들이 아니었다. 책을 읽다 보면 아들을 위해 정치판에서 치열하게 싸운 프랑크 황후 유디트나 동로마 제국 최초의 여성 통치자인 이레네 황후도 비중있게 다룬다. 매우 혁신적인 접근을 시도한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역사학계의 흐름도 이와 비슷하다. 최근 들어 세계사를 유라시아부터 아메리카까지 전 대륙의 교류와 상호작용으로 연구하는 지구사적 관점이 대두되고 있다. 이제 유럽중심주의는 낡은 이론이 되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리. 그들은 이전의 역사가 놓쳤던 프랑크 제국의 반쪽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4.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중세 인물들의 군상을 발견할 수 있다. 무능력하고 이기적인 리더들의 권력 다툼은 마치 왕좌의 게임을 보는 듯하다. 가족과 친구들이 서로를 죽이는 장면을 목격한 귀족이 써내려 간 시는 정말로 슬프기도 하다. 엄청난 시간이 흐르며 과학과 문명이 발전하면서도, 인간이라는 본성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거 같다. 그것이 우리가 과거의 역사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이유이지 않나 싶다. 우리의 본질은 언제나 나약하니까. 그래서인지 저자들은 중세인들을 단순히 조롱하는 뉘앙스로 서술하지 않은 게 마음에 든다. 그리고 이 책은 낯선 명칭과 동일한 이름들이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에 책 처음에 나오는 등장인물 파트를 잘 파악하는 게 좋을 것이다. 흥미로운 중세 정치사를 대중들에게 쉽게 전달하려고 세심하게 쓰인 노력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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