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이 책은 인지 실험실이란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 우리에게는 맹점이란 게 있지 않는가. 맨 처음 소개하는 이미지도 매우 흥미롭다. 똑같은 그림이 인물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인다. 책에 그려진 십자 표시를 바라보니 옆에 있는 검은색 점이 사라지기도 한다. 우리의 뇌는 착각을 한다는 문장은 단지 비유가 아니다. 저자는 마치 마술사처럼 몇가지 테스트만으로 직접 우리의 뇌를 속일 수 있다. 이러한 장치 덕분에 이 책의 소재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몇백 줄의 설명보다 더 강력하고 직관적이라고 해야할까. "문ㅈ은 비로 01렇게 읽힙L1다'라는 텍스트도 우리는 문제 없이 읽을 수 있지 않는가. 이 문장은 잘못되었지만, 우리의 뇌는 빠르게 질서를 찾아낸다. 뇌는 신기한 거 같다. 이것은 엄밀한 현실보다 그럴 듯한 해석을 우선시 한다.
2. 작게는 내 안의 현상이지만, 크게는 사회 현상이다. 개인의 인지적 오류는 사회적 순응이나 방관자 효과를 만들어 낸다. 뇌가 모호함을 견디지 못하고 공백을 채우려는 성격은 SNS 알고리즘에 이용되기도 한다. 뇌과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도구인 거 같기도 하다. 그는 가짜 뉴스에 빠질 수 있는 독자들에게 여섯 가지 지침을 당부한다. 권위에 호소하는 논증이나 감정적 호소, 일화적 증거에 넘어가지 말라는 조언이다. 우리는 이야기에 약하다. 실제로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왜 벽에 부딪히는지 그 이유를 물어 보면 즉석에서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을 알 수 있다. 뇌는 자아의 일관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현실을 창조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게 진짜일까. 모든 것에 겸손한 태도를 갖게 해주는 듯 하다.
3. 대중적이다. 그래서 잘 읽힌다. 2015년 전 세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드레스 사진 논쟁을 기억하는가. 이것은 우리가 정말로 같은 세상을 보고 있는지 되묻게 만드는 거대한 사건이었다. 나와 다른 색을 보는 사람이 틀렸던 게 아니라, 각자의 뇌가 그저 모호한 시각 정보를 다르게 해석한 결과일 뿐이다. 인간의 인지 부조화를 역으로 이용하여 적을 친구로 만드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기술도 흥미진진하다. 과학책임에도 이렇게 누구나 공감할만한 재미있는 일화들이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었던 거 같다. 게다가 180여쪽의 책 두께도 얇은 편이라 비문학에 도전하기에 부담스럽지도 않은 분량이다. 그렇다고 사짜 느낌은 아닌지라 걱정들 마시라. 오히려 론다 번의 <시크릿>의 유사과학을 비판하는 파트도 있다.
4. 뇌 탓만 하고 있을 수가 없다. 저자가 말해주는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한 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 즉 생각에 대한 생각을 하는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사고는 어떤 구체적인 요소들에 근거하고 있는가? 그 사고 또는 감정이 비생산적인가? 그 생각이 주기적으로 떠오르며 당신을 악순환에 가두는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 점차 불안정한 상황과 거리를 둘 수 있는 것이었다. 뇌과학 책은 많이 읽어보았지만 이렇게 깔끔하게 쓰인 책은 오랜만인 거 같다. 예시들은 감칠맛 나는 소스 같으며, 그의 지침은 한입에 쏙 먹을 수 있는 크기이다. 우리는 각자 눈가리개를 하고 있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 직관을 의심해보자. 너무나도 쉽게 생각하기에 세상은 엄청나게 미묘하고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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