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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생각의 단초들.
  • 숨겨진 세계
  • 조지 맥개빈
  • 19,800원 (10%1,100)
  • 2024-12-26
  • : 2,980


이 리뷰는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개인적인 의견을 담은 리뷰입니다.


 우리는 극단적인 규모의 것들을 생각할 때 경이로움을 느끼곤 합니다. 제가 이전에 우주를 다루는 <존재의 역사>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런 경험을 했거든요. 일상에서 보지 못하는 거대한 것들을 상상해야 하는 어려움. 그 까마득한 시간이나 장대한 규모를 생각하면 말이 나오질 않더라고요. 반대로 <숨겨진 세계>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미시 세계로의 여행을 떠납니다, 저자 조지 맥개빈은 25년간 재직한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떠나 방송인이 되어 BBC 다큐멘터리를 진행하는 등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해요. 아무래도 곤충이라는 게 많은 이들에게 친숙하지는 않은 주제 같더라고요. 미디어를 봐도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이나 더 나아가서는 어류, 조류에 주로 관심을 가지지 곤충까지 다루는 컨텐츠는 부족한 거 같아요. 보기에는 그저 징그럽다고 질색하는 경우도 더러 있고요.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작지만 위대한 존재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어쩌면 미생물을 다룬 애드 용의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와 결이 비슷한 교양서입니다. 과학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도록 만드는 비범한 힘이 있죠.


 이 책 진짜 술술 읽힙니다. 저자가 곤충에 대한 애정이 넘쳐서 저도 덩달아 기분 좋게 읽었어요. 문득 최재천 교수도 생각나고요. 친절한 교수님이 나오는 재밌는 과학 유튜브 한편 보는 느낌이에요. 단순히 곤충 이름이랑 특징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곤충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우리 인간이랑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재미있게 설명해줘요. 예를 들어, 메뚜기 연구를 통해 사람들의 비만 문제까지 파헤친다는 내용은 정말 신선했습니다. 메뚜기와 같은 곤충이 영양소별로 식욕을 느끼는 것을 발견하여, 자연에서는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의 식욕이 협력하여 균형 잡힌 식사를 돕도록 하는 걸 파악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공 식품으로 고안된 인간의 식탁에서는 자연이 만드는 균형이 깨져버리는 거죠. 많은 과학자들이 곤충의 행동을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고 합니다. 중간마다 과학자들의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는데, 이분들이 진짜 곤충에 미치신 분들이구나 싶었어요. 자기 연구 분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막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존경심까지 생기더라고요.


 이 책이 가장 좋았던 점은 우리가 몰랐던 곤충의 중요성을 알게 해준다는 거였어요. 곤충이 없으면 우리도 생존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처음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분들도 많을 겁니다. 사실 곤충은 우리 자연을 지탱하고 있는 중요한 기반이더라고요.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이 꽃가루도 옮겨주고, 죽은 것도 분해해주고,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그저 징그럽고 해롭다고 생각했던 곤충들이, 사실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었다는 걸 알게 되니까 괜히 머쓱하더라고요. 그리고 저자가 글을 풀어내는 감각도 좋았어요. 딱딱한 과학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재미있는 비유나 에피소드를 섞어서 물 흐르듯이 읽었던 거 같습니다. 그 덕분에 곤충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없었던 저도 푹 빠져서 볼 수 있었어요.


 <숨겨진 세계>는 더 이상 우리가 곤충을 시시하게 대하지 않도록 합니다. 곤충을 통해 보이지 않던 세상을 보게 해주고, 더 나아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만들어줘요. 특히, 편집도 매우 깔끔하고 쉽게 접할 수 없는 진귀한 이야기가 많아서 소장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뭔가 신선하고 완성도 높은 과학 교양서를 찾으신다면 강력 추천하고 싶어요. 이한음 번역가라 딱히 읽기 어렵거나 하는 부분도 없었습니다. 인간의 스케일을 벗어난 이야기를 듣게 되면 뭔가 조금씩 겸손해지는 것 같아요. 그들의 세계도 매우 치밀하고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더라고요. 조지 맥개빈은 우리를 '숨겨진 세계'로의 여행을 이끄는 최고의 가이드입니다.



3줄 요약

1. 이 책은 곤충의 세계를 통해 거시적인 우주처럼 인간의 스케일을 벗어나는 미시 세계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며, 우리가 간과했던 작은 존재들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2. 곤충은 단순한 '벌레'가 아니라 자연 생태계의 핵심 구성 요소이며, 인간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구체적인 사례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3. 곤충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며,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겸손함을 배우게 된다.


#리앤프리 #숨겨진세계 #조지맥개빈 #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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