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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 까망/ 빨강
  • 개와 함께한 10만 시간
  •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
  • 13,320원 (10%740)
  • 2021-05-24
  • : 326
내가 너무 좋아하는 류의 책이다. 난 항상 한 존재가 이질적인 존재에게 다가가 교감하는 서사가 너무 좋더라.

커서는 어릴 때처럼 한 책을 읽고 또 읽는 일이 별로 없는데 꾸준히 읽고 또 읽는 책들이 몇 권 있다 예를 들면 <프로젝트 헤일매리> - 외계인과 만나 소통할 방법을 찾아내는 장면 읽고 또 읽는다. <조이 이야기> - 개척 행성에 지각이 있는 존재가 있는줄 모르고 정착한 정착민 십대 소녀가 토착 생명체에게 적의가 없다는 걸 알리기 위해 합창 연습하던 노래를 부르며 나서는 장면 너무 좋아해. <대지의 딸 에일라> - 여자와 말 안하는 네안데르탈 인과 수화로 말하는 장면 좋아한다.

이 책은 인류학자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가 개들을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쓴 책이다. <개들의 숨겨진 삶>이란 번역서로 이미 2천년 초에 읽었다. 가장 친숙한 반려동물인 것 같지만, 인간중심주의 anthropocentrism의 가장 큰 희생자도 바로 개들이 아니던가. 인간의 생활에 맞춰, 인간의 가치에 맞춰, 인간의 취향에 맞춰 살도록 이만큼 조작된 존재가 또 있을까 싶다. 인간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 먹는 삶의 댓가는 정말로 녹녹치 않음이다.

한국 출판에서 어마어마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세상의 모든 딸들>의 저자는 개를 개의 입장에서 본다. 인간의 친숙한 반려가 아니라, 개들의 질서, 개들의 사회, 개들의 행복에 대해서 쓴다.

원래 늑대였던 개들은 사실 늑대 무리의 사회 질서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늑대 집단에서는 우두머리 수컷과 우두머리 암컷만 교미하고 2세를 생산할 수 있다. 그리고 공동체가 함께 양육한다. 알파 암컷만 출산할 수 있어서, 다른 암컷이 출산하면 알파 암컷이 그 새끼들을 다 물어죽인다. 다른 암컷도 저항하지 않는다. 그게 그 유전자에 새겨진 그 존재들의 룰이다. 인간은 이럴 경우 다른 암컷을 교미시킨 인간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알파 암컷이 잔인하다는 둥 인간의 가치로 이 존재들을 판단하고 혹은 응징하고 그러지는 않을까.

개들의 세상에도 강간이 일어난다는 점도 너무 충격적이었고 (발정기가 있는 동물의 비극이기도 하다. 아니, 상시 발정기인 + 어설픈 이성과 자의식이 있는 인간이 더 비극적인건가 🙄😁), 동물 부부도 엄청난 애정이 존재하고 자기 짝이 새끼를 출산하고 이빨을 드러내면 아빠 개는 먹었던 음식을 토해내 보이며 새끼 부양의 의사를 보여야 암컷이 보금자리에 들인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저자는 마지막에 개들을 자유롭게 해준다. 넓은 농장에 울타리를 세우고 그 안에 개들을 풀어준다. 그러면 개들은 무리 생활을 하며 땅을 파고 새끼들을 공동 양육하며 자유롭게 달리고 짖는다. 인간에 맞춰 존재를 끼워 맞추며 먹이를 구걸하지 않아도 된다. 개를 사랑한다는 건 무엇인지, 다른 존재를 사랑한다는 건 무언지 생각하게 만든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블러드 차일드>를 보면 외계종족의 숙주 애완동물이 된 인간들이 등장한다. 인간은 외계인에게 빌어먹는 대신 그 몸은 외계인 새끼들을 속에 키워 내장을 먹어치우고 찢고 나오는 숙주가 된다 - 외계인이 숙주 인간 애완동물을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른다. 그래, 인간도 개를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른다. (뭐 그렇게까지 냉소적으로 쓰고 싶진 않다. 개가 가축화된 역사가 꽤나 오래 되었으니 이렇게 까지 인간이 개를 길들여 사랑하는 사랑을 부인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인간은 그 사랑을 두고 자신이 얼마나 인간중심적인지는 돌아볼 필요는 있다. 특히 자기 혼자 살기 외롭다고 개 한 마리를 들여 하루종일 좁은 아파트 등에 가두고 자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일, 나는 매우 이기적이라 생각한다.)

인간중심주의를 가장 친숙한 반려동물, 인간과 다른 종을 불러와 고찰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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