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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님의 서재
사랑의 의무
수퍼남매맘  2011/02/14 12:01
  • 난 당신이 좋아
  • 김병년
  • 9,000원 (10%500)
  • 2010-12-29
  • : 2,701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 설교 후에 한 권의 책을 홍보하셨다. 본인이 아는 후배 목사인데 사정이 참 딱하다고. 7년 전에 부인이 뇌경색으로 쓰러져 식물 인간으로 지금까지 누워 있는데 그 아내에 대한 아가서를 이번에 출간하게 되었다는 거다. 

할증을 붙여 헌금이라고 생각하고 만원에 이 책을 사서 아침자습 시간마다 읽었다. 끝까지 읽기가 참 힘들었다. 김병년 목사님의 아픔이 절절하게 느껴져서 말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부부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래서 꼭 권하고 싶다. 이 책은 부부라는 것이 어떤 관계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하고 내 옆에 있는 남편을,아내를 조금이라도 더 사랑하라고 말해 준다.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변함 없이 사랑하라고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결혼식을 하면서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검은 머리 파 뿌리 될 때까지 남편을 아내를 사랑할 것입니다>라고  결혼 서약을 한다. 살면서 작가와 같은 엄청난 고통을 당하게 되면 과연 그 결혼 서약이 지켜줄 수 있을까 나 자신조차도 의문이 생긴다.  

사랑하는 아내가  셋째 아이를 출산한 지 3일 만에 뇌경색이 일어나 하루 아침에 식물 인간이 되어 버렸다. 더 이상 아내의 웃음도 아내의 목소리도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할 수도 없다. 고통은 그것 뿐만이 아니다. 아내를 더 사랑해주고자 족욕기로 발마사지를 해 주고 깜빡 잠이 든 사이에 아내의 발이 타들어가 버렸다. 순전히 남편의 잘못이었다. 아내를 더 사랑해주고자 한 일이었는데 그 일로 인해 아내는 식물인간도 모자라 한 발을 절단하는 수술을 해야 했다. 남편은 죄책감 때문에 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하나님이 왜 자신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는지 왜 계속해서 때리는 지 묻고 또 물어도 하나님은 대답이 없었다. 남편은 그렇게 6년여를 아내, 세 아이와 함께 힘겹게 버텨내고 있다. 작가는 어떤 사람들처럼 <고통은 당신을 크게 쓰시려는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건 위선이라고 말한다. 그건 그만한 고통을 당해 보지 못한 사람들의 입바른 소리일 뿐이다. 남편은 지금도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아내를 버리지 않고 그 옆에서 아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건강할 때 아내가 자신에게 자주 하던 말 < 난 당신이 좋아>라는 고백을 한다.  그게 그가 지금 아내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고 아내를 사랑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힘든 싸움을 하고 계시는 김병년 목사님에게 어떤 위로의 말이 필요할까? 내 짧은 위로의 말이 그 분의 지난 6년의 힘든 사투의 시간들을 어떻게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병석에 누워 있는 아내는 지금까지 얼마나 힘든 고통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까? 한창 엄마의 사랑을 받아야 할 나이에 누워 있는 엄마의 모습만 봐온 아이들의 상처는 또 얼마나 클까? 그 가정의 고통을 보고 어떤 말을 할 수 조차 없다. 내가 단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분이 쓴 책 하나 겨우 만원 주고 샀을 뿐. 이 세상에 부부로 살아 가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있을 뿐. 내 옆에 있는 남편에게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 <사랑해>라고 매일 한 번씩 말해 주는 것. 그것 뿐이다.  

이 책이 여느 간증 서적 같지 않았던 것은 내가 신앙 서적을 싫어했던 그 이유들이 이 책에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잘 믿으면 고통도 없고 고통의 순간에도 기쁨이 있으며 하는 등등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듯한 그런 말들이 없다. 작가는 목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어려움이 닥칠 때 분노하고, 하나님을 원망하며, 하나님과 대적한다. 그런 그의 솔직한 모습이 오히려 읽는 사람에게 공감을 일으킨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분하면 분하다고 말하는 그의 솔직한 모습이 바로 우리네의 모습이니까 말이다. 지금도 그 가정에 드리워진 어둠의 그림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나님께 끝없이 기도하고 매달렸지만 하나님은 그들 가정의 고통을 없애주지는 않으셨다. 마치 바울이 자신의 가시를 없애 달라고 세 번 간구하며 기도했지만 <네게 족하다>로 응답하셨던 것처럼 작가의 가정에도 변화가 없다. 하지만 6년 동안 그 가정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고통을 잘 견뎌 내고 있다. 놀랍게도 물질적으로 궁핍할 텐데도 딱 필요한 만큼 채워 주신다고 작가는 말한다. 때로는 하나님이 왜 이런 고통을 허락하셨는지 죽을 때까지 우린 모른다. 욥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바울도 욥도 목사님도 그 고통을 견뎌 내면서 분명 달라졌다.  상황이 달라지는 것이 그 상황을 바라보는 자신이 달라지는 것이다. 

작가가 가장 후회한 일은 바로 사랑하는 아내가 늘 했던 말< 난 당신이 좋아>를 아내에게 미처 들려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부로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지금 당장 <난 당신이 좋아>라고 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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