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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반짝반짝했던 시절이 있었을까.
작은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손짓 하나에도 마음이 설레고 무심코 던진 말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아마도. 하지만. 정말로?

 

나이를 먹어도 확신은 생기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더 없어지는 걸수도.
한때 나는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이 명확해질 줄 알았다. 지금 나는 어른이고 미궁에 빠졌다.

 

그들의 첫사랑이 마냥 풋풋해 보이지만은 않았던 건 내가  그 시절의 사람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의 주인공들과 비슷한 나이인 나는 그들처럼 이십대 초반이었었고 신촌 거리의 수많은 인파에 묻혀 다녔으며 내 미래는 평온할 줄 알았다. 그리고 지금 그들처럼 괜찮은 척 하며 수많은 후회와 망설임으로 과거를 돌아보고 있다. 과거를 마냥 후회하기에도, 그렇다고 무언가를 해보기에도 너무나 어쩡쩡한 위치에서 말이다.

 

시간은 흘러야 하고 과거는 잊혀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살아갈 수 없다. 나의 어리석음을 평생 되씹으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시간은 약이다. 버티고 견디다 보면 모든 것은 희미해진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예고 없이 과거가 불쑥 찾아올 때면 어쩔 수 없이 그 해결책도 과거에서 찾아야한다. 내가 너무나 익숙한 그래서 따뜻한 과거 말이다. 내 어린 시절의 어리석음을 거의 모두 알고 있는 내 이십 년지기 친구. 그녀와 나는 아마도 조만간 추억 여행을 갈 거 같다. 바로 그 신촌 앞으로 그 시절의 음악을 들으며 그 시절의 음식점을 찾으며 말이다.

 

우리는 그때 어리고 무지했다. 하지만, 계산없이 따뜻하기도 했다. 그러니 아마도 우리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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