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질의 가치가 있고 없고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우리의 소원과 욕망이라는 사실을 그대도 알아 두어야 할 게요.-38쪽
메데이아는 도도하게 말했다, 그 모피가 당신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몰라도 우리 아버지, 왕께서 아무 말 없이 내놓으시지는 않을 겁니다. 그다지 귀중하게 여기지 않던 물건이라도 다른 사람이 애타게 갖고 싶어 하면 갑자기 소중하게 여겨지는 법이지요. 그렇지 않은가요?-52쪽
나는 언젠가 울고 있는 텔라몬을 보았다. 그는 술을 마신다. 술은 사람의 마음을 쉽게 약해지도록 만든다. 아키마스의 말이 옳다. 세월이 흐를수록 지난 일은 더욱 찬란하게 보이는 법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다. 찬란했던 시절에 매달려 봤자 부질없는 짓이다. 그렇다면 무엇에 매달려야 한단 말인가.-53쪽
우리의 관계는 차츰 밑도 끝도 없는 것이 되어가고, 그래서 정말 신명이 난다. 명쾌한 관계는 지루하기 짝이 없다.-91쪽
인간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자기 몸을 보호하려 드는 본능이 있다. 인간을 그렇게 만든 것은 신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지구상에는 단 한사람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130쪽
그러나 나는 쾌감을 좇아 사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요. 메데이아는 말한다. 나는 알고 있어요. 그것이 당신들의 불행이에요.-131쪽
그래요. 그녀는 말한다. 물론 당신에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하지만 그렇게 힘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겠어요. 당신의 행동을 통해서 당신 스스로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 아닌가요? 나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소. 나는 그녀의 말을 반박하려 한다. 막연히 기다릴 뿐이요. 그러나 메데이아는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기다림도 결정을 전제로 하는 행동이지요. 단념할 것인지 기다릴 것인지 먼저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겠어요?-169쪽
왕이 된다 하더라도 당신은 아무 기쁨을 느끼지 못할 거에요. 아니 앞으로 당신에게는 기쁜 일이 거의 없을 거에요. 불의를 참고 견뎌야 하는 사람뿐 아니라 불의를 저지르는 사람도 마음 편히 살 수 없는 법이니까요. 자기 삻에서 즐거움이나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탓에, 다름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려 드는 게 아닌가 싶은 의문이 들어요.-211~2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