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이 책이 번역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굳이 한국에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가 나누는 '중국 엄마'와 '서양 엄마' 분류기준으로 치면 한국 엄마는 중국 엄마에 가깝기 때문이다. 굳이 예일대 교수님의 자녀 교육 철학을 듣지 않아도 이미 한국 엄마들은 자녀의 자율성보다는 성취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랑의 매'의 효율성에 고개를 끄덕이고, 학원 스케쥴과 시험 스케쥴을 '스스로' 정해주신다. 때로는 그런 열성이 지나쳐서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기도 한다. 최근에 이르러야 그러한 양육 방식이 시대착오적인데다가, 기대했던 결과보다는 부작용만 몰고 올 수 있으며, 사랑으로 격려받은 아이들이 결국에는 더 뛰어난 성취를 보일 수 있다는(결국 자녀의 성취를 복돋울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이야기들이 이런저런 매체를 통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엄마들은 자신들의 양육방식과 자신들이 양육되어졌던 방식을 돌아보기도 한다.
이 책은 그렇게 과거에는 '중국 엄마'에 가까웠으나 '서양 엄마'의 방식의 중요성도 놓치고 싶지 않기에 양쪽 엄마의 대열에 한쪽 발씩을 걸치고 있는 한국 엄마들에게 '과거로 돌아가라!'고 외치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중국 엄마'가 '서양 엄마'보다 더 낫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양쪽의 장점을 이렇게 이야기 한다.
"서양인 부모는 자기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고 아이가 진정한 열정의 대상을 찾도록 인도하며 ㄱ 애가 선택한 길을 지원하고 긍정적 강화 효과와 풍요로운 환경을 제공한다. 반면 중국인들은 아이가 미래를 준비하고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며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기술과 일하는 습관과 자긍심으로 무장학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최선책이라고 믿는다(p81))"
결국 그녀는 두 양육 방식 모두 장점은 있지만 그녀가 생각했을 때(그리고 그녀가 길러진 방식과 그로 인해 얻게 된 성취와 성공 경험을 생각했을 때) 서양 엄마의 양육 방식이 가져올 수 있는 단점(스스로에 대한 기준을 높게 갖지 못하기에 방종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뻗어나가지 못할 수 있다)이 마음에 들지 않기에 중국 엄마, 그 중에서도 엄격하다 못해 폭군과 같은 '타이거 마더'를 지향하는 것 같다. 이런 양육을 통해 자신도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고 자신의 두 딸 역시(매일 같이 전쟁과 같은 싸움을 벌이면서도) 역량과 재능 면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아이들로 길러냈으니 그녀가 자신의 양육 방식에 큰 자신감과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 같다.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그녀 특유의 유머와 재치, 그리고 역설과 극단적인 행동과 표현이 숨김없이 드러나기에 진지하고 전투적인 그녀의 양육 방식에 대해 반감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웃음을 띈 채 바라보게 된다. 극성스런 한국 엄마의 치맛바람과 그녀가 지향하는 타이거 마더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어 그렇기도 한 것 같다. 자녀들이 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무턱대고 높은 기준을 들이밀며 결과만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 나름의 논리와 합리성과 아이들이 해낼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그녀는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타이거 마더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상담심리사로 타이거 마더의 폭력적인 기대 때문에 엄마의 사랑을 알 수 없었던 사람들이 얼마나 심하게 흔들리는 가를 자주 보아왔고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좋은 동기는 외부에서 심어준 외적 동기가 아니라 내면에서 넘쳐 흐르는 내적 동기 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엄마 역할을 해내는 데에 있어 한 가지 전형적인 모습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나는 타이거 마더의 페르소나가 필요한 순간이 있을 것이고(자녀를 대할 때 뿐 아니라 단호한 태도가 필요한 사람들을 대할 때), 무조건 안아주고 얼러주는 (저자인 에이미 추아가 보기에는 물러터진) 서양 엄마의 페르소나가 필요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옷장에서 그 때 그 때 필요하고 어울리는 옷을 꺼내 입듯, 나의 욕구와 철학, 아이의 욕구와 필요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하는 엄마의 얼굴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나의 평소 사고 방식과는 정 반대편에 있는 관념과 철학을 담고 있는 이 책이 나에게는 무척 도움이 되었고 재미도 있었다. 어떤 방식이든 한쪽 극단으로 치우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미 타이거 마더의 성향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겠지만(공감과 격려와 사랑을 중시하는 여린 말들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기용으로 쓴다면 또 다른 얘기겠지만) 승자독식이라는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회 속에서 조금 더 마음을 단단히 다지기 위해 '단호함'과 '엄격함'과 '냉정함'의 덕목이 필요한 사람들과 너무 관대하다 못해 아이가 명백히 잘못할 때에도 사람 좋은 웃음만 띄운채 그냥 넘어가게 되는 부모님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과거에는 타이거 마더 였지만 지금은 열렬한 공감적 마더가 된 나의 어머니께 이 책을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엄마는 가끔 '그 땐 나도 사는 게 빡빡해서 너무 공부 공부만 했지'라며 냉정했던 자신의 양육 방식에 대해 후회섞인 반성을 하시는데,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그랬기에 내가 조금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어머니의 죄책감을 덜어들이기 용으로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