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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다 마사쿠니
  • 15,300원 (10%850)
  • 2023-12-05
  • : 383

본 서평은 시공사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해마다 유독 회자되는 책이 있다. 작년 공포소설 부문에서는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를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찾지 않았나 싶다. 읽은 지 오래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파운드푸티지 형식의 소설로 뒷장의 삽화 부록이 별미였기에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다. 일본에서 따끈하게 바로 영화로 제작될 정도였으니 당시 『긴키 지방』의 엄청난 파급력은 여전히 눈에 선명하다.


그런데, 그 『긴키 지방』과 함께 '2024 이 호러가 대단하다!' 공동 1위를 받은 작품이 있다면.


진작 알았으면 나도 진작에 읽었을지도 모른다. 같은 지위에 놓여있어도 어째서인지 하나에 가려져 빛을 못 받는 작품이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오다 마사쿠니의 『화: 재앙의 책』이다.

제목부터 디자인까지 온 힘을 다해 불길함을 뿜어내는 『화: 재앙의 책』. 이 책은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일본SF대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탁월한 필력과 상상력을 세상에 알린 바 있는 작가의 단편소설집으로 신체 부위와 연결 지어 7편의 소름 돋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포라는 장르에는 늘 생각이 많다. 왜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무섭기는커녕 웃겨지는지, 왜 텍스트는 영상만큼의 무서움을 주지 못하는지, 작품을 수용하는 인간의 상상력이나 속도나 감각의 문제인 건지. 그런 생각들을 공포 콘텐츠를 소비하며 이따금씩 했다. 어쩌면 이 책도 표지만큼의 박력을 주지 못한다면 어쩌나 그런 고민 역시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따라왔다. 하지만 오다 마사쿠니의 『화: 재앙의 책』은 익숙하고 당연한 공포의 문법에서 비껴난 기이한 이야기로 두려움을 선사한다.

단편들은 인류 전체나 한 개인이 어디에서도 마주하지 못했던 새로운 광경을 비춘다. 글리치처럼 현실에서 살짝 어긋나있는 장면을 언뜻언뜻 보여주는 느낌. 단편 속 인물들의 행동은 상식선에서 비껴가며 불쾌감을 안겨주고, 색다른 설정과 전개에 이토 준지의 추천사처럼 마치 만화경을 눈을 떼지도 못한 채 이리저리 돌려가며 구경하는 기분을 안겨준다. 기이하고 기괴함의 만화경.


【식서】 책을 먹으면 보이는 환상과 돌이킬 수 없이 중독되어버리는 인간을 보여주기도 하고, 【미미모구리】 귓속으로 들어가 기억을 읽고 생각을 조종하는 기이한 술법으로 한 남자의 고백을 들려주기도 하는. 【머리카락 재앙】 '머리카락'을 믿는 신흥 사이비 종교의 행사장에서 목격한 경악스러운 광경을 펼치거나, 【나부와 나부】 문명화 되어가며 비상식적 행동이 되어버린 전라 행위가 전염성을 띠며 다시 상식이 되고야 만 세계를 보여주는.


가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할 때 공포에 질려 몸이 굳어버리고 지켜보기만 할 때가 있다. 독자를 그런 무아지경의 상태로 놓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오다 마사쿠니가 쏟아내는 글을 그저 따라가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그가 그려내는 뒤틀린 세계를 경악에 질린 채로 어찌할 바 모르며 읽는 수밖에 없는 그런 상태로.


SF 관련된 상을 수상한 전적이 있는 작가라서 그런지 SF에 살짝 발을 걸친듯한 느낌도 받았다. SF라는 키워드로 생각하니 최근 읽은 몇 국내 SF 작품들은 대개 희망적인 흐름으로 흘러갔던 사실이 떠오른다. 그 배경이 아무리 암울한 디스토피아나 아포칼립스라 하더라도 그 속에서 아주 작고 소중한 인류애 하나를 발견하며. 하지만 이 책은 부제처럼 당신을 확실하게 재앙으로 끌고 갈 것이다. 무더운 올여름 오다 마사쿠니의 지독한 상상력에 한 번 당해보시는 건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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