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fragment
  • 상황과 이야기
  • 비비언 고닉
  • 14,400원 (10%800)
  • 2023-09-05
  • : 4,741

본 서평은 마농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상을 받거나 기관을 통해 등단하지 않아도 작가가 되어 자신만의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혹시 이러한 흐름을 보며 당신도 자기 자신만의 글을 쓰기로 결심하진 않았는지. 그렇다면 비비언 고닉의 『상황과 이야기』는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상황과 이야기』는 미국의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 독보적 글쓰기를 자랑하며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비비언 고닉이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자전적 글쓰기와 읽기에 대한 책이다. 비비언 고닉은 이 한 권의 책에 자신이 발견한 논픽션 글쓰기의 필요한 요소들을 정리한다. 조지 오웰, D. H. 로런스, 조앤 디디온, 마르그리트 뒤라스, W. G. 제발트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에세이를 꼼꼼하게 분석하며 자신이 발견한 것들을 독자에게도 보여준다.

자신이 잘 모르는 바를 쓰려 했던 D. H. 로런스의 에세이 「여성은 변하는가?」를 인용하며 소설가로서는 타고났지만, 여성을 이해할 마음이 없는 글을 봤을 때 훌륭한 에세이스트는 아니라고 지적하고, 편두통에 관한 조앤 디디온의 에세이 「침대에서」를 인용과 분석을 반복하며 디디온이 편두통에서 길어낸 한 조각 진실과 글에 존재하는 디디온의 흔들리는 페르소나를 포착한다.

회고록을 다루는 장에서는 "인생을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칭찬받을 수 없다"는 프리쳇의 문장을 인용하며 좋은 사례가 되는 글들을 역시 소개하고 분석한다. 저자는 모범적인 회고록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명확히 던진다고 하며, 삶의 고유한 사건에서 단 한 조각의 자각으로 자기 자신을 깊이 있게 탐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독자에게 에세이와 회고록에 관해서도 많은 것을 알려주지만, 개인적으로 글쓰기에 있어 한 가지 구원받은 부분이 있었다. 바로, 논픽션 페르소나를 통해 정직과 솔직을 분리하기.

대학생 시절, 한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항상 정직하게 말하고 행동하라고 따끔하게 조언한 적이 있었다. 너희들은 과제를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거라고. 그리고 그때의 말은 언령[言靈]처럼 작용해 대학을 그만둔 지금까지도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다만 때때로 정직이 아니라 지나치게 솔직해져야 한다는 강박이 되어 글쓰기에서도 종종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었다. 비비언 고닉은 민낯이라는 원료에서 논픽션 페르소나를 빚어내는 것을 책을 시작하기에 앞서 권한다. 상황에서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끄집어내라는 그의 조언은 무조건 (정직이 아닌) 솔직해야 한다는 족쇄에서 나를 해방시켜 주었다. 어쩌면 나와 같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모든 삶이 다르듯, 모든 자전적 글이 똑같을 수 없으니 저자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논픽션 글들을 한 편 한 편 분석하지만, 맺음말에서 저자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고백한다. 책 역시 작법서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거리 두기의 기술과 상황을 통해 경험과 서사와 지혜를 찾아내는 방법, 스스로에게 질문 던지는 법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나의 글이 흘러갈 방향이 보일 것이다. 책을 통해 저자가 에세이와 회고록 읽는 방법을 보고, 자전적 글 읽기의 즐거움을 더불어 얻어 가면서 말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