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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 만들기
  • 린지 피츠해리스
  • 22,500원 (10%1,250)
  • 2026-01-15
  • : 1,280

본 서평은 열린책들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어딜 가나 성형외과 광고가 보인 지는 꽤 오래된 현상이다. 쌍꺼풀 수술은 수술 축에도 끼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부터, 요즘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볍게 상담도 가능하며, 중국의 성형 인플루언서처럼 되기 위해 중국을 가는 브이로그도 종종 마주칠 수 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모르겠다. 내가 세상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때에는 이미 사회 분위기나 또래 집단에서도 미용 목적의 성형은 뭔가 당연한 느낌이었으니까.


더 완벽한 나를 위해 뼈를 깎고, 무언가 채워 넣는 이 '성형의술'이라는 분야는 처음에도 이런 형태였을까?


『수술의 탄생』이라는 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현대적 외과 수술이 등장하는 과정을 다룬 책을 썼던 저술가 린지 피츠해리스가 이번에는 <성형 수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외과 의사 해럴드 길리스의 삶과 성형 수술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책의 제목은 『얼굴 만들기』이다.


성형 수술에 관심이 있더라도, 해럴드 길리스라는 이름은 다소 생소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성형 수술의 아버지>보다는 당장 내 눈 코 입을 잘 만들어줄 의사가 더 중요할 테니.

19세기 말, 뉴질랜드 더니딘의 팔 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해럴드 길리스는 성형은커녕 리스의 병원에서 편한 보직을 얻고, 골프에 관심이 많았던 외과의였다. 심지어 자신의 인생 최대 업적으로 발레리나의 엉덩이에 박힌 뾰족한 가위를 빼낸 일을 수없이 언급하던 별 볼일 없는 그런 외과의였다.

한창 의사로 지내고 있을 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세르비아 사이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고, 대공의 암살이 전쟁의 촉매가 되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된다.


/

<전쟁은 끔찍하고 지독하며 이루 말할 수 없이 혐오스럽다.>


─ 『리버풀 데일리 포스트』


총, 탄환, 포탄만이 아닌 화학 무기까지 동원해가며 치러진 전쟁은 수많은 병사를 죽이고 다치게 했다. 몸통은 흙벽 아래로 숨기고, 머리만 살짝 내밀어 교전하게 되는 참호전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은 얼굴에 치명상을 입었다. 초기 헬멧은 병사의 머리를 제대로 지켜주지도 못했다. 손상된 얼굴은 자신을 포함한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정신적 충격마저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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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가 절단된 사람들과 달리,

얼굴 특징이 훼손된 이들은 영웅 대접을 받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한쪽 다리를 잃은 사람은 연민과 존경심을 불러일으킬지 모르지만,

얼굴이 훼손된 사람은 거부감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대개 우리는 먼저 얼굴을 통해서 상대가 누구인지를 알아차린다.

얼굴은 성별, 나이, 인종 등 신원을 알려 주는 모든 중요한 요소들을 나타낼 수 있다.

성격도 드러낼 수 있고 서로 의사소통을 할 때도 도움을 준다.

사람의 한없이 다양하고 미묘한 표정은 그 자체가 감정의 언어이기도 하다.

그러니 얼굴이 지워진다면, 그런 주요 기표들도 사라질 수 있다.


─ P.24-25, 「프롤로그 · <사랑스럽지 않은 대상>」


성형이 아직 유아기에 있는 의학 분야였던 무렵, 길리스는 치과 의사 발라디에와 만나며 얼굴 재건에 치과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우고, 이는 길리스의 삶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이끈다. 이 만남은 길리스가 얼굴을 그저 되는대로 복원하는 게 아닌, 단지 치료만 하는 게 아닌 눈 코 입의 주요 기능들까지 함께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때마침 전쟁이 터지고, 수많은 얼굴 부상자를 전담하게 되며 성형은 현대 의학의 한 분야로 적법하게 자리 잡게 된다. 책은 그 역사를 담고 있다.


성형 수술에 대해 현대인들이 가지는 견해는 대체로 두 갈래로 나뉘지 않을까? 과하게 집착하거나, 강하게 비판하거나. 개인적으로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그 답은 오로지 성형뿐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분위기에 부정적이었다. 책은 지금 이런 시기에서 잠시 떨어져 나와 전쟁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재건[再建]을 하는 성형 수술에 대해 알려주며, 성형 수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무조건적이고 사회가 추구하는 미를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인간에게 있어 얼굴은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린지 피츠해리스의 스토리텔링 기술 덕분에 <성형>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이 없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다소 보기 힘들지라도 성형 수술을 통해 많이 나아진 병사들의 얼굴을 보며 지금도 성형 수술은 어디선가 누군가의 삶을 유의미하게 개선하고 있지 않을까. 새로운 관점에서 성형을 바라보게 하는 책. 성형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지금 누구라도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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