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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열린책들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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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하는 연구는 결국 모두 자기 자신에 관한 연구일 뿐이다.
하늘과 땅, 산과 강, 해와 달, 그리고 별까지
전부 자기 자신을 의미하는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 그 누구도 자기 자신 외에 달리 연구해야 할 사항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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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스켑틱 37호와 비건에 대한 책을 읽으며, 동물의 권리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변명이겠지만 내가 고등학생 때에는 비건이나 동물권에 대해 가르치는 수업이 없었으니, 다소 늦은 감은 없잖아 있는 것 같다. 어차피 고기가 별로 맛있는 편은 아니었으니 스스로를 '리듀스테리언[reduceterian]'으로 정의하며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 종종 노출되는 번드르르한 고기들과 파충류 사육장을 보며 뭐라 말하기 어려운 모호한 생각들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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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스로 표현할 길 없는 무대, 당신의 언어는 아무도 알아듣지 못해 구하러 갈 수 없었습니다
(2) 누가 책 한 권을 주며 예전 책에는 없는 부분이고 상위 개념의 문제라 한다
지난 12월 읽었던 리산 시인의 시구절이다. 그때는 이 문장들이 여성인권에 대해서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이 문장은 동물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현대 독일 철학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철학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신간 『동물은 생각한다』는 우리 인간이 동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인식하고 관계해야 하는지 철학적으로 성찰하게 돕는다.
프레히트는 자신이 동물을 얼마나 사랑했고, 또 동물원에 대한 어린 시절 추억을 고백하며 책을 시작한다. 동물원장까지 될 뻔했으나 다행스럽게도 꿈이 깨졌고, 그 덕분에 동물에 대한 사랑과 양심의 가책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고. 저자는 인간이 동물을 지배하는 게 거의 모두에게 내면화된 세상, 지배하는 쪽은 이성적이고 도덕적이고, 지배당하는 쪽은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생명체로 취급해 무한으로 착취하는 점을 지적하며 본론으로 들어간다.
책은 총 4부로, (1)동물에 대한 인간 사상이 어떻게 지금으로 다듬어져왔는지 긴 역사와 (2)인간과 동물의 문화사를 다룬 다음, (3)저자의 윤리학을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4)지금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동물 착취를 조목조목 짚으며 살펴보도록 돕는다.
프레히트의 방대한 지식에 좋았던 부분을 전부 이야기하기 힘든 게 아쉽다. 철학과 사상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조목조목 비판하는 부분은 철학사로 벽돌 책 3권을 쓴 경력 다운 글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최근에 한 AI로 새소리 분석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프레히트의 비판적 텍스트를 읽으며 이미 동물은 저마다의 언어로 세밀하게 소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물 각자로써 적절한 행동을 생각하고 수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며 기존에 가진 묵은 생각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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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 무자비하게 폭력적인 현시대를 직간접적으로 마주하며 내가 죽고 다음 생에 동물로 태어나면 X되겠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주디스 버틀러는 '인간의 상호작용이란 합리와 모순, 붕괴와 구축 사이의 끊임없는 변증법'이라고 말했다. 우리 인간은 붕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붕괴의 대상이 인간이 아닌 동물일지라도.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비판적 텍스트로 많은 사람이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을 깬다면, 자기 자신을 무너뜨릴 수 있다면, 우리는 동물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세상은 조금 더 좋아지지 않을까?
처음 프레히트의 책을 읽었을 때, 현재와 맞물려서 전개되는 논리와 날카로운 통찰력에 단숨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틈틈이 저서를 찾아보며 공감하고 있었고, 좋은 기회로 읽게 된 이번 저서 역시 너무 좋았다. 동물에 대한 생각의 틀을 바꿔주는 것은 물론, 아무리 고전 철학 사상이라도 묵은 관념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무기도 얻는 책. 모두가 함께 읽고 인간 중심적 사회에서 인간 동물학적 사회로 사고를 전환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