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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
  • 가지 다쓰오
  • 16,920원 (10%940)
  • 2025-10-22
  • : 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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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본 미스터리 마니아들에게 전설처럼 회자되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밀도 높은 전개와 신들린 복선 회수,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충격적인 반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숨죽이며 끝까지 달려갈 수밖에 없는 치밀한 구성,

모든 단서가 마지막에 완벽하게 맞물리는 쾌감.

그러나 1979년 출간 이후 오랫동안 절판된 탓에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중고본이 희귀해졌고,

소수의 독자들 사이에서만 비밀스럽게 전해지며, …


─ 옮긴이의 말, 「복선의 신, 깨어나다」 中


​─

일본 본토에서 프리미엄 주고 사서 보던 전설의 작품이 도쿠마쇼텐에서 복간되고, 블루홀식스 출판사를 통해 한국에도 출간되었다. 40여 년 만에 부활한 그 작품은 바로 가지 다쓰오(梶 龍雄)의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 


​책은 첫 시작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머니의 유언으로 건축 학과 교수 나카조 도모이치는 동생 슈지가 학동 소개(*2차 대전 말기인 1944년 7월부터 전화[戰禍]를 피해 대도시 아동들을 집단 또는 연고로 시골 등에 피난시켰던 일.)로 갔던 지바현의 깊은 산골마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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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죽음이 임박한 걸 아는 상태에서 마지막 이성을 다해 그 말을 내뱉었을까.

아니면 단지 죽음을 앞둔 자들이 흔히 빠지는 혼탁한 환상 때문이었을까.

그때, 도모이치의 어머니는 말했다.

"도모이치, 네 동생은 살해됐단다. 슈지는 살해당한 거야……."


​조사를 위해 대학의 동료들은 콘크리트 결함 실험의 협조를 해주거나 강의 시간을 조정해 주는 등 도와주지만, 도착한 마을에서 정보를 얻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 당시 함께 지내던 친구는 어려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지금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사건에 관여했던 당시의 어른들은 이미 죽었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협조적이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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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지가 사고로 죽었는지 누군가에게 살해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어머니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화장이 진행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어머니는 아들이 '살해당했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 P.90


당시 젊은 선생이었던 구도의 진술, 그리고 자신을 미행하는듯한 낌새로 폐쇄적인 마을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도모이치 (그리고 추리소설 마니아인 대학 총무과 직원 사가와 미오)는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내가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숨도 못 쉬고 페이지를 넘긴 적이 있었나?


​사건이 점점 심화되고,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되며 용신 연못 익사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데,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며 이렇게까지 숨도 못 쉬고 페이지를 넘긴 건 처음이었다. 발단과 전개 부분에서 보여준 텍스트가 그런 식으로 전체를 관통하게 될 줄은…. 추미스 마니아라면 이미 읽을 이유야 충분하겠지만, 책을 읽으며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의 정취가 살짝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메시지도 느껴지니 두 작품을 좋아한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n회독에 독서모임까지 하고 싶게 만드는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

학창 시절에는 고전이나 인문교양서적은 얼씬도 하지 않고 호러, 미스터리, 추리 소설만 읽었었다. 지금처럼 감상을 남기지는 않아서 그땐 그런 게 재미있었다는 얄팍한 감상만 남아있지만. 이 책, 그리고 더 나아가 블루홀의 책을 읽으며 그때의 순수했던 즐거움이 다시 깨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이우혁의 『퇴마록』 전권을 단숨에 해치우고, 다른 작품까지 읽고 싶었던 그때의 욕망이 가지 다쓰오에게서도 느껴졌다. 더 읽고 싶다! 전작을 탐하고 싶다! 그러려면 이 작품이 잘돼야 하지 않은가.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 나를 위해 다들 꼭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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