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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교유당 서포터즈로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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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마다 단행본이 아닌 브랜드가 되는 시리즈를 낸다. 아르테에서는 '필로스 시리즈'를 내고, 세창에서는 '오퍼스 총서'가,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세 출판사에서는 '아무튼 시리즈'가 나온다. 하나의 거대한 결로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책을 만든다는 점이 시리즈만이 가지는 매력이지 않을까?
문학동네의 출판 브랜드 중 하나인 교유서가에서도 특정 분야에 입문하기 좋은 인문교양 시리즈 '첫단추 시리즈'를 꾸준히 발행하고 있다. 첫단추 시리즈의 책 제목만 봐도 호기심이 자극된다. 『인류세』, 『영화의 역사』, 『신화』, 등 누구나 궁금해할 주제로 60권 이상이나 되는데, 어떤 분야에 대한 첫 시작으로 책은 무엇을 알려줄지 상상만 해도 좋지만,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아프리카 역사』다.
『헤비』때도 이야기했지만, 사회학자 노명우 교수님은 『교양 고전 독서』의 서문에서 교양 있는 사람의 여러 양상 중 하나는 '세계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태도를 지닌 사람'이라고 꼽았다. 그런 생각으로 고른 책이었다. 『헤비』가 미국에서 여러 세대를 거쳐 살아온 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회고록이라면, 『아프리카 역사』는 아프리카 땅과 그 땅과 관련된 사람들, 그리고 아프리카의 과거를 어떻게 그리고 기록하는지에 대한 입문서다. 나는 아프리카에 가본 적도 없거니와 솔직히 아예 모르기에 한 번쯤 읽어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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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쩌면 대다수의 한국인은 아주 납작한 말로만 표현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접근성이 좋지도 않고, 사진 영상 미디어로 그려지는 아프리카의 이미지는 늘 열악하거나 병들어있는 등 동정심을 자극하는 모습뿐이었으니까. 거기에 아프리카에서 노예무역과 식민주의로 미국에 넘어간 흑인종은 『헤비』에서도 그려지듯 미국에서 늘 인종차별의 대상이 되고….
이런 모습을 보며 어쩌면 '미개하다'라고 비약적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책은 우리의 오류를 바로잡아준다.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으로 저자는 과거 유럽의 일반적인 인식, 제국주의를 구성하는 인종적인 인식이 대표적이었음을 지적한다. 그렇기에 편견을 벗긴 뒤의 아프리카는 매우 새로운 학문적 주제임을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아프리카 대륙은 사람이 살아가기에 매우 척박한 환경임에는 틀림이 없는 곳이지만, 아프리카인들은 그런 땅을 개척했다. 니제르강 내륙 삼각주 지역 '젠네제노'는 기원전 3세기에 세워진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도시이며, 복합 사회를 발전시킨 촉매제가 '외부의 힘'이라는 오랜 가정은 오류가 되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문자성이 없기는커녕 네 개의 큰 어족으로 나눌 수 있는 1,500개의 언어가 있고, 다양한 문화마저 가지고 있다. 이 문화는 블루스, 재즈와 같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악이 되었다.
이렇듯 책은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인 오류를 대폭 수정해 주는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서양 노예무역과 식민지 역사도 정확하게 다룬다. 아프리카에는 노예무역으로 1천 년이 넘는 기간 동안 1,200만 명의 아프리카인이 수출되는 야만적이고 착취적인 역사가 있었다. 하지만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사람들을 단순히 수동적인 희생자로 묘사하는 경향을 지적하는 반론 역시 소개한다. 노예무역 시대에 대서양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은 단순한 희생자가 아니었고, 서아프리카 해안에서 교역 조건을 통제하고 매매를 주도하면서 자신들의 권력 균형을 유지했다고, 즉 아프리카 사람들이 다른 아프리카 사람들을 팔았음을 말하며 '외세 지향성'에 완벽히 부합하는 예라는 설명 역시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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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으로 아프리카 역사뿐만 아니라 역사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역시 배울 수 있었다. 그만큼 영양가 넘치는 교양서적. 교유서가의 '첫단추 시리즈'를 전부 집에 두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아마 어떤 책으로 시작해도 전부 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특정 분야에 대한 입문이라면 첫단추 시리즈를,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면 역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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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에 '젠더의 유동성'이라는 단어가 나와 아프리카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ChatGPT에 물어보았다. '젠더 유동성'에는 고정관념의 해체라는 개념도 포함되어 있는데, 아프리카 대륙에 서구적 이분법인 남과 여가 도입되기 이전의 토착적 젠더 이해가 훨씬 더 다양하고 유연했다고 한다. 생물학적인 구분으로 고정된 정체성을 가지기보다 사회적 역할이 개인의 정체성을 결정했는데, 나이지리아, 남수단, 요루바에서 대표적으로 성별이 아닌 지위 중심으로 각자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여성이 겨우 사회로 진출했지만 유리천장은 아직도 존재하고, 가부장제의 문제점이 드러난 지가 오랜데 우리가 과연 이런 문화를 가진 땅을 미개하다고 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