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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없이 떠나는 제주 여행 코스북
  • 정은주
  • 13,500원 (10%750)
  • 2016-09-27
  • : 191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멀리 먼나라 가기는 힘들지만 뭔가 다른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그럴 때는 제주 여행이 딱이다. 외국이든 제주든 비행기를 타고 물 건너는 것은 마찬가지고(아직 배타고 제주에 가본 적은 없다) 제주만의 이국적인 풍경들은 외국여행 못지 않은 감흥을 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외국보다 말도 잘 통하고(물론 제주 방언은 외국어 못지 않은 불통을 유발하지만;;) 올레길의 번창과 그에 따른 게스트하우스의 발달로 여자 혼자 여행을 다니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요즘은 제주가 매너없는 일부 중국 관광객들로 인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제주는 여전히 혼자 여행의 로망이 가득한 곳이다. 

  졸업여행을 빼고 제주여행은 친구와 올레길 여행을 시작으로 나홀로 한 번, 언니와 한 번 그렇게 세 번을 다녀왔다. 마음은 매년 가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거의 3년 정도 텀을 두고 다녀온 셈이다. 체력 좋은 친구와 올레길만 다닌 여행은 좋았지만 걸었던 거리에 비례해 힘들었다. 나 혼자 떠났던 올레길 여행은 혼자라 좀 무섭기도 했지만 내 체력에 맞춰 쉬엄쉬엄 다닐 수 있어 너무 행복했었다. 언니랑 찾은 제주는 렌트카로 비교적 편하게 이동했지만 휘몰아치듯 관광지를 찍고 다니는 옛날 여행 스타일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언니와 절충하느라 좋았지만 아쉬움이 남기도 한 여행이었다. 






  나의 제주 여행을 생각해보면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고 모두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지만, 혼자 어슬렁 어슬렁 다녔던 제주 여행이 가장 좋았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이들과 하루 여행을 함께 하기도 했고, 거기서 만난 친구와 아직도 인연을 이어가고도 있다. 다만 올레길을 걸을 때 외지거나 오름 등을 오를 때 혼자라 조금 무서운 점만 뺀다면 혼자 여행하는 제주 만큼 좋은 것도 없는 것 같다. 물론 취향과 체력이 완전히 맞는 동행자가 있다면 함께 떠나는 것도 좋지만 그런 사람 찾기는 정말 쉽지 않으니 말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틀어지기 십상 아닌가. 그래도 함께 할 누군가가 있다면 떠나는 것이 한결 쉬워지긴 한다. 혼자 여행은 좋지만 그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대개 망설이다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내 경우는 그렇다는 얘기다.

  면허증도 있고 운전도 할 줄 알지만 아직 베스트 드라이버는 아닌지라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런 까닭에 제주여행은 거의 백퍼 뚜벅이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인 까닭에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차 없이 떠나는 제주 여행 코스북> 은 이런 나의 여행스타일에 딱 맞는 제주여행 안내서다. '나홀로 떠나는 제주 뚜벅이 여행 코스 총집합'이라는 부제는 마치 내 마음을 꿰뚫은 것 같다. 이번 가을이 가기 전에 제주 여행을 고심 중이었기에 이책을 집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발목 부상으로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ㅠ)







  취재차 들른 제주도에 반해 해안 마을에 자근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눌러 살고 있다는 이책의 저자는 조금 느리게 움직일 마음만 먹는다면 차 없이도 충분히 제주를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유경험자로서 분명히 그렇다. 요즘은 (다른 도시들도 그렇지만) 버스 시스템도 잘 되어 있고 교통카드도 되며 무엇보다 여행자의 최고 친구인 스마트폰이 있기에 길을 잃어버릴 염려도 별로 없다. 예전처럼 차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주요 관광포인트만 찍고 다니는 여행이 아닌 천천히 걸으면서 자연과 함께 하는 제주 올레길 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제주는 뚜벅이 여행의 천국이 되었다. 

  <차 없이 떠나는 제주 여행 코스북>은 그렇게 느리게 제주를 즐기고 싶은 뚜벅이 여행자를 위한 정보들로 가득한 친절한 여행책이다. 뚜벅이 여행자의 필수 정보인 최신 제주 버스 시간표도 수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행 코스와 맛집 카페 쇼핑 명소 등은 제주에 터를 잡고 사는 현지인 저자가 제주 전역을 직접 발로 뛰고 체험해서 알아낸 정보들이라니 더욱 믿음이 간다. (동시에 그 정보들 모으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참고로 이책에 수록된 정보는 2016년 8월 기준이란다.






  이책에서는 차 없이 떠나는 제주 여행의 방법으로 크게 버스 여행, 자전거 여행, 도보 여행으로 테마로 세부 내용들을 정리해 놓았다. 그에 앞서 공항 면세점 병원 응급실 정보와 제주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게스트하우스와 찜질방의 요금 주소 연락처와 홈피 주소 등을 빼곡하게 정리해 놓았다. 제주 여행 시 게스트하우스를 즐겨 찾는 나로선 지도와 함께 잘 정리되어 있는 게스트하우스 목록에 바로 하트 뿅뿅 날리고 싶을 정도였다.












  여행책의 기본 사양인 제주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도 빠트리지 않는다. 인기 명소, 세계자연유산, 박물관, 야간명소 같은 볼거리와 오일장, 플리마켓, 오름, 이색체험 등의 즐길거리, 이색 빙수와 빵집, 카페, 하우스 브루어리, 제주 로컬 음식 같은 먹을거리도 초반에 가지런히 정리해 두었다. 특히 사계절 캘린더는 계절별 추천 여행지와 방문시기, 추천코스 등이 소개되어 있어 완전 좋았다. 봄에 찾았을 때 너무 좋았던 비자림의 단풍이 궁금해지기도 하고, 지난번 가을에는 가보지 못했던 산굼부리의 억새의 향연도 가보고 싶어졌다. 올 가을 이책 들고 제주를 찾으려던 계획은 본의 아니게 미뤄지게 됐지만, 언젠가 가을 제주를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다. :)






  책 옆면에는 테마별로 버스 여행(주황색), 자전거 여행(보라색), 도보 여행(청록색)으로 색깔을 달리해 색인을 만들어 놓았다. 이런 거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책을 볼 때 은근 편리해서 좋다. 큰 테마 안에 다시 작은 테마는 글자색으로 위치를 표시해 두었다.











  <차 없이 떠나는 제주 여행 코스북>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무래도 버스 여행이다. 도보 여행 역시 보통 버스 여행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제주시 서귀포시 같은 큰 도시들과 동부 지역 서부 지역의 주요 여행지 정보들이 대부분 버스 여행 꼭지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버스 여행 꼭지답게 가장 먼저 지도와 함께 버스 노선, 이용방법 등에 대한 정보가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책에 나온 버스노선만 제대로 알아두면 제주 여행 계획 시 동선짜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 같다. 진작에 알았으면 나도 버스 노선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없었을텐데 말이다.










  세부 인기 여행지 소개에서는 이용할 수 있는 버스 번호와 노선, 출발지와 경유지, 이동 시간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추천코스와 소요시간도 나와 있어 여행계획을 짜는데 큰 도움을 준다. 주변 맛집 카페 쇼핑 같은 것도 곁들였다. 무작정 길을 나서거나 몇몇 검색글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버스 시간이나 노선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있기에 이책에 담긴 상세한 정보와 그에 기반한 추천코스를 제시하는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다. 다음 버스 여행을 함께 할 책으로 이책을 고르길 참 잘 한 것 같다.






  공항이 있는 제주시 꼭지에서는 제주시티투어버스 코스도 같이 소개하고 있다. 지난 제주 여행에서 가보고 싶었지만 버스편이 마땅치 않아 포기해야 했던 여행지들이 좀 있었는데, 제주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면 차 없이도 다녀올 수 있다. 다만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는 것이 관건이다. 여기 소개된 한라생태숲과 절물자연휴양림, 사려니숲길은 강추한다.









  버스 여행에 이은 두 번째 테마는 바로 자전거 여행이다. 대학시절 여름방학 때 자전거 여행을 갔다가 개고생만 남부럽지 않게 했다는 친구들의 후일담이 너무 강렬해서 아직도 선뜻 용기내지 못하는 것이 자전거 여행이기도 하다. 이제는 체력마저 딸려서 과연 제주를 자전거로 여행할 날이 올까 스스로도 궁금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청춘이 생각나는 자전거 여행은 여전히 로망으로 남아있다. (허나 일본 홋카이도 여행에서 하루 자전거를 탔다가 뻗은 걸 생각하면 역시 무리일 것 같기도 하다;; ㅠ ) 

  자전거 여행에서는 섬 일주 코스인 제주환상자전거길 10개 코스가 소개되어 있다. 일주 코스는 여행자의 체력에 따라 1박 2일에서 4박 5일까지 일정을 나눌 수 있다. 사실 저질체력인 내 입장에서는 4박 5일에 제주 같은 큰 섬을 다 돈다는 게 놀랍기도 하지만, 버스 여행이나 도보 여행처럼 코스 중간에 만나는 여행지에서 많은 시간을 쏟지 않는다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분명 달리는 자전거로 만나는 제주는 그것만의 즐거움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코스 소개에는 코스별 주행거리와 소요시간, 난이도와 경사도 편의성 등이 표시되어 있다. 지도에는 같이 즐길 수 있는 관광 포인트도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빠르게 달려서 지나가는 자전거 여행의 특성상 오래 머물기보다 비교적 눈으로 훑으며 볼 수 있는 곳들이다.











  마지막 테마는 튼튼한 두 다리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한 도보 여행이다. 제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여행 트렌드를 바꾼 올레길을 비롯해 지질트레일, 추사유배길, 한라산둘레길, 마을 산책, 섬마을 등이 도보 여행 꼭지에 들어가 있다. 21코스로 걷기로 제주 한 바퀴를 완성한 올레길은 이제 두말하면 입 아픈 도보 여행의 대표주자인 만큼 가장 먼저 소개된다. 각각의 코스들을 지도와 함께 간략한 듯 상세한 설명과 함께 실어두었다. 아직 걸어본 곳보다 못 걸어본 올레길이 많아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다. 얼마나 오래 걸릴 지는 모르겠지만 올레길로 제주 한 바퀴를 완성할 날을 아직 기대하고 있다.






  그외에도 독특한 제주의 화산지형을 체험할 수 있는 지질트레일, 한라산의 아름다운 숲들을 만날 수 있는 한라산둘레길, 역사 속 추사 김정희의 발길을 짚어볼 수 있는 추사유배길이 있다. 지질트레일은 넓게 보면 올레길에 거의 포함되는 것 같은데, 화산지형을 관찰하는 테마로만 걷기 여행을 계획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나홀로 제주여행을 떠났을 때 올레길에서 만난 분의 추천으로 한라생태숲과 절물자연휴양림을 가로지르면서 한라산둘레길 중 어리목 코스의 일부를 걸었었는데 정말 좋았다. 숲을 좋아한다면 한라산둘레길 코스 추천한다.

  추사 유배길은 말로만 들었는데 기회가 되면 걸어보고 싶다. 작은 마을을 느긋하게 타박타박 걸으며 여행하는 마을 산책 역시 해보고 싶은 걷기여행이다. 제주 안의 또다른 섬으로 떠나는 섬여행 중 마라도는 다녀왔는데 청보리밭 예쁠 쯤 가파도 올레길을 걸어보고 싶다. 협재 해수욕장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비양도는 다시 협재를 찾는다면 불쑥 다녀오게 될 지도 모르겠다.






  책의 마지막에는 제주도의 주요 버스 시간표가 몇 장에 걸쳐 빼곡하게 실려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읍면순환버스, 제주시티투어버스의 노선과 운행경로가 상세하게 나와있다. 여행할 때 갖고 다니면서 찾아보면 유용할 것 같다. 찾아보기 색인 꼭지를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며 책이 끝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차 없이 떠나는' 뚜벅이 제주 여행자들을 위한 정보들이 가득한 여행안내서다. 버스 여행, 자전거 여행, 걷기 여행에 맞춰 각 도시별 지역별 여행 정보와 추천 여행코스를 살뜰하게 챙겨 담았다. 무엇보다 차 없는 여행자의 가장 필요로 하는 버스 정보가 충실해서 좋았고, 볼거리 즐길거리를 중심으로 주변 도보여행 코스를 짜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종이질이 좋아 보는 즐거움에 비례해 책무게는 좀 나가지만(이건 다른 여행안내서들도 마찬가지), 책 크기나 두께도 적당하고 손에 잡히는 책넘김도 좋다. 편집도 깔끔해서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는 것도 장점이다. 


  <차 없이 떠나는 제주 여행 코스북>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제주 여행하려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놓치지 않고 잘 담아낸 책이다. 혼자 또는 친구와 뚜벅이 제주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아마 여행 코스 짜기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다음번 나 홀로 제주 여행 때는 이책을 벗 삼아 챙겨 가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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