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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Z님의 서재
  • 깨어남
  • 올리버 색스
  • 19,800원 (10%1,100)
  • 2012-09-03
  • : 647

올리버 색스는 '관점'이라는 챕터를 통해 개인과 개인이 속한 세계 내 존재의 방식으로의 이해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환자의 개인적인 사례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왜 필요했는지를 비트겐슈타인과 프로이트를 들어 언급한다. 

"프로이트는 환자의 일대기를 빼고는 진행성 신경질환의 성격과 그 치료 과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준다."335 

"깨어남은 자각의 변화로 자신과 세계가 총체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뇌염증후군 등으로 환자들이 겪는 대부분의 마비 상태는 세계 속에 자신의 신체를 제대로 삽입하지 못하거나, 엘도파 이후의 발작등은 세계에 자신의 신체를 올바르게 삽입하기가 불가능한, 즉 부자유의 상태를 보여주는 셈이다.

그와 달리 우리는 노력하지 않더라도 매순간 세계와 나의 관계를 재설정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이 사례들을 통해 볼 때, 매순간 숨을 쉰다는 것은 매순간 세계와 나의 관계를 재설정한다는 것이다. 매순간은 동일한 순간의 반복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계와 나 사이의 끊임없는 관계설정을 통해, 나라는 존재가 구성되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로버트. O 라는 환자는 죽기 전 이렇게 말했다. "자살하려고 했었죠. 1922년에..안 그러길 잘했지. 괜찮은 게임이었어요. 뇌염이며, 이 전부가 말이에요." 

그는 삶의 많은 시간을 세계와 단절되어, 자신자신이 추방된 상태로 살아갔지만 짧은 깨어남의 순간을 통해 삶의 가치를 획득하게 된 것 같다. 


추가) 재밌는 사실. 환자들이 오랜 기간의 마비상태에서 갑자기 운동 상태로 스위치 전환되는 것은, 단절의 기간 동안 주관적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보통의 경우 기브스를 하고 있다가 풀면 운동에 장애가 생겨 훈련이 필요한 것과 다르다.) 올리버 색스에 의하면 환자는 마비상태에서 이십 년이 흘러도 그 내부의 주관적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므로, 마비 직전의 상태로 운동이 곧장 전환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환자의 마비와 깨어남이 순식간에 일어나는 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최소한의 자극(광자나 양자)만으로도 이 정지 상태를 흩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상태가 전혀 관성이 없음을 증명한다. 이는 절대적 정지 상태에서 걸핏하면 갑작스러운 단계 전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정지 상태'가 원자와 전자 궤도에 의해 예측된 양자적 '비약'을 일으킨다고 비유할 수 있다."(182) 

마비와 발작을 무관성의 상태와,강한 관성과 변화에 대한 저항, 맹렬한 공간과 시간 뒤틀림 현상을으로 비유하고 있다.

어쨌거나 이 모든 일은 환자가 뇌염 등의 병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뇌가 세계와 나라는 존재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이 매개가 제대로 작동하는 한에서 감정과 사고와 신체가 외부와 조화를 이루어 살아갈 수 있다. 환자들의 경우, 엘도파의 도움으로 이 조화를 되찾기는 했으나 어김없이 부작용이 그들을 힘들게 했다. 대부분의 경우 과도함이 그들을 괴롭힌다. 그러나 올리버 색스는 그들이 애초에 고기(엘도파)를 받아들일 위장(뇌의 고장)이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방법이 아예 없는가?그는 뇌염후증후군 오디세우스들에게적응과 휴식, 관리 등의 필수라고 말한다. 세계와 다른 이들과 확고한 관계를 형성하는것, 그것이 이 세계에서 확고하게 존재할 가능성을 부여하는 게 인간관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례를 보면 납득이 된다.)


"오랜 세월 떠나 있던 최초의 토대, 발 디딜 땅, 최초의 보금자리로 돌아온 것이다....그들의 경험이 나를 인도했으며,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당신을 인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를 고향으로 이끄는 저 끝없는 여행으로."(418)


추가) 두 명의 사례에서, 물 속에서 편안함을 느꼈다는 진술이 있었다. 다른 중력 혹은 다른 저항이 필요한 것일까. + 오랜 마비 상태의 환자들이 굉장히 젊어보인다는 진술....주관적 시간의 정지와 연관이 있을까? 그렇다면 시간이란, 외부와 내부의 끊임없이 재설정의 과정 자체일까, 그것이 의식일까? 


추가) 부록에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만난 로버트 드니로에 대해 올리버 색스의 찬사가 이어진다. 그러나 실존하는 환자 릴리언이 들어오는 순간, 배우들은 얼어붙는다. 그러다 릴리언이 로버트 드니로에게 하는 말 , 

"이 사람 됐어요. 제대로 하는군요! 이 사람, 이게 어떤 건지 정말로 알고 있어요." 

"릴리언은 이 허구의 세계 안에서 홀로 실제성으로 빛났다. 사람들은 그녀와 접촉함으로써 현실에 뿌리내린 견고한 실체가 될 수 있었다." 

현실과 자주 단절되는 병을 앓는 릴리언이 허구적 작업 앞에서는 또 이렇게 강력한 현실이 되어 등장할 수 있다니. 영화적 허구가 이 환자들의 앓는 병과 비슷한 비유가 되는 순간이었던 것!

올리버 색스의 이 책, 쉽게 읽히지만 흥미진진한 문제의식들이 포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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