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알고 보니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된 것일 때, 유행이 와 있을 때. 이건 과연 내가 내 취향을 쫓아 닿게 된 것인지, 아니면 알게 모르게 나에게 스미는 마케팅의 힘에 이끌린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어디 산골에 숨어 외부와의 소통을 완전히 단절시키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 이상, 우리는 주변의 상황과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뉴스와 책과 같은 공신력이 있는(요즘엔 이마저도 공신력이 있는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정보도 물론이거니와, 각종 SNS나 인터넷에서 접하는 이야기, 친구나 직장 동료로부터 듣게 되는 이야기들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나도 모르게 나에게 스며든 정보들은 나의 취향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나아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도 어떤 역할을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한데 모이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이 책 『내러티브 경제학』은 흔히 바이럴이라고도 하고, 입소문이라고도 하는 것을 지칭한다. 뚜렷한 근거나 설득 없이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커다란 힘이 되어 어떤 현상을 만들고, 그것이 경제적으로 힘이 되는 것들을 풀어내고 있다. 다양한 내러티브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책을 전개해 나가는데, 가장 먼저 비트코인이 포문을 연다. 앞서 내러티브를 설명하는 것보다 이 사례 하나로 내러티브가 뭔지 말해주는 게 바로 와닿았다. 비트코인은 전 세계적으로 내러티브가 제대로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창시자마저 정체불명인 비트코인은 내러티브적 요소가 있었으며, 실제 유명 인사의 한마디에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내러티브 경제학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가 되었다.
내러티브 경제학의 특징을 또 하나 보여주는 것은 전염병 확산 모델을 통한 분석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가 퍼지는 것과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비교하며 공통적인 현상을 찾아내고 있다. 그만큼 입소문이 점점 증폭되어가는 힘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책의 뒷 부분에는 이 내러티브 경제학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또 이를 악용하여 경제를 예측하기 힘들게 만드는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말한다. 이를 통해 투자를 하거나, 꼭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세계 경제 상황을 읽어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스마트폰의 혁신으로 내러티브의 힘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나의 글로 온 나라가 떠들썩 하게 화제가 되기도 하고, 발언의 힘이 어느 한 사람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분배가 된 세상이라는 생각이다. 그럴수록 내러티브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질 것이고 그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휩쓸려가기 더 쉬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꽤 두껍고 아무래도 경제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어 부담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술술 읽히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걱정한 것보다는 잘 읽을 수 있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세상이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조금 더 넓은 시야를 위해서는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