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모가 실제로 있는지 몰랐다. 언젠가 스쳐지나가며 해외토픽 같은 곳에서 본 기억은 어렴풋이 있지만, 그것이 실제라고 믿기 싫었던 것인지, 아직 내가 가진 도덕적 관념으로는 믿을 수 없었던 것인지 들어본 듯하지만 딴 세상 얘기라고 인식했다. 하지만 이번 책을 읽으며 조금 찾아보니 실제로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없지만, 미국이나 다른 곳에서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얘기라고 하니 책이 좀 더 무겁게 읽혔다.
책 제목 『베이비 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대리모들을 한데 모아두고 농장처럼 운영하는 곳이 나온다. 과거 신화에서 여성의 몸을 대지에 빗댄 것을 본적이 있는 듯 한데, 이 책에서는 정말 여성의 몸을 농작물이 자라는 토양정도로 다루고 있다. 더 무서운 것은 토양의 질을 황토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처럼, 대리모도 이왕이면 백인에 외모가 아름다운 여성을 원한다는 것이다. 즉, 더 비용이 높아진다. 건강한 자궁을 가지고 있다면 수익성이 좋은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는 일부지역, 영국과 호주 태국에서는 합법적으로 대리모가 가능하다고 하니 그 곳에서는 정말 공상과학 소설같은 일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겠다 싶었다.
물론 순기능도 없지않아 있다. 실제로 아이를 갖고 싶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임신이 불가하다는 등의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어쩌면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 모든일에는 밝은 면이 있다면 어두운 면도 있는 것 같다.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친구들이 임신을 하거나, 아이를 낳았거나, 간혹 임신에 어려움을 겪거나, 유산의 아픔을 경험하는 것을 보았다. 아무리 친구라도 제3자의 입장이라 속속들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내 아내가 될 사람도 그에 대해 걱정하고 있고, 무서움이 있기에 얼마나 힘든일이고 어려운 일인지 새삼 더 마음속에 세기게 되었다. 쉽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는 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큰일인지 인식을 하게 되었다고 할까. 단지 10개월간 몸이 불편하고 아픈 것을 넘어서 정말 큰 희생과 헌신이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상과학 소설같은 이야기가, 지구 반대편에서는 실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더 소름끼치게 읽혔다. 어쩌면 다가올 내일에는 우리나라에도 있을 수 있는 일이 될지 모른다. 임신에 대한 생각과 말들이 우리 사회에서도 깊이 있게 나눠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 역시 생각보다 아는 것이 없었고, 특히나 여성의 임신과 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읽고 나누며 임신과 생명, 여성의 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