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sunstear in 1Q84
  • 나라 없는 사람
  • 커트 보니것
  • 11,700원 (10%650)
  • 2007-08-27
  • : 3,494
유머러스한 할아버지, 보네거트는 지금 천국에 있을 것이다. 보네거트(보니것 보다 보네거트가 더 익숙하다)의 책이 잘 팔릴것 같다고 문학동네에서 판단했나 보다. 근간 소개에 침 흘릴만한 책들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지는 않았지만 출고가격보다는 조금더 주고 <제5도살장>을 중고로 구매해서 보았던, 알라딘발 굿즈-보네거트 문학뱃지-를 얻으려고 하드커버를 기다리지 못하고 다시 <제5도살장>을 구입했던 그의 팬으로써 고마울 따름이다. 다른 책들은 좀 더 싸게 볼 수 있을테니.

역시 팬심으로 구매한 <나라 없는 사람>. 이 책은 보네거트의 마지막 산문집이다. 5년간 연재했던 것을 엮은 것이라고 한다. 곰의 탈을 쓴 여우 할아버지가 떠오르는 책이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유머와 미국(부시) 비판, 환경보호와 관련된 일관된 메시지가 좋다. 읽는 내가 미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바로 웃을 수 없는 몇 가지 유머가 덜그럭거리지만 이렇게 늙는 것은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가져다 주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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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IS NO REASON GOOD CAN‘T TRIUMPH OVER EVIL, IF ONLY ANGELS WILL GET ORGANIZED ALONG THE LINES OF THE MAFIA.
(선이 악을 물리치고 승리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천사들이 마피아처럼 조직화될 수 있다면야.) (5)


나는 과학기술을 생략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왜곡하는 소설은 섹스를 생략함으로써 빅토리아 시대의 삶을 왜곡하는 소설만큼이나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25)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1차 대전이 끝난 후 <병사의 고향>이라는 소설을 썼다. 병사에게 고향에 돌아와 무엇을 보았느냐고 묻는 것이 어째서 무례한 일인가를 그린 이야기였다. 민간인이 전투나 전쟁에 대해 물으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입을 다물 것이다. 과거엔 그것이 유행이었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전쟁 이야기를 가장 인상적으로 말하는 방법은 입을 다무는 것이다. 그러면 민간이들은 온갖 종류의 용감한 행위들을 상상하게 된다. (...) 그리고 내가 눈으로 보고 기록했던 이야기에서 전쟁은 아주 추하게 묘사되었다. 진실은 강력하다. 그 힘은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물론 전쟁에 대해 입을 다무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차마 그것을 입에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28)

그러나 <햄릿>의 위대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셰익스피어는 우리에게 진실을 말했다. 사람들은 좀처럼 칠판 위에 진실을 끄리지 못한다. 사실 우리는 인생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이 좋은 소식이고 무엇이 나쁜 소식인지 알지 못한다. (44)

머지않아 도시는 암흑으로 변하고, 전기는 옛이야기가 될 터이다. 모든 운송수단이 멈추고 지구는 곧 해골과 뼈와 죽은 기계들로 뒤덮일 것이다. 어느 누구도 손을 쓰지 못할 것이다. 끄러기엔 게임이 너무 많이 진행되었다. 그렇다고 파티를 망칠 필요는 없지만, 진실은 알아야 한다. 우리는 마치 내일이 없는 양 물과 공기를 비롯한 지구의 자원들을 흥청망청 써버렸고 그 탓에 정말로 내일이 사라져버렸다. 자, 파티는 계속되고 재미있는 대목은 지금부터다. (52)

내가 보기엔 모든 사람이 마치 알코올 중독자 치료협회의 회원들처럼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단 며칠만 더 살아도 충분한 것처럼 말이다. 내가 아는 한 후손들의 세계를 꿈꾸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73)

하느님은 어떨까? 오늘날 그가 살아 있다면? 길 버먼은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은 무신론자가 될 겁니다. 상황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죠.˝ (116)

인간으로 태어난 것을 제외하고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가장 큰 실수는 시간이라는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시계와 달력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시간을 소시지처럼 일정하게 자른 다음, 마치 그것들이 우리의 소유물이고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처럼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인다 - 가령 1918년 11월 11일 오전 11시 - 그러나 실제로 시간은 수은 덩어리처럼 잘게 부서지거나 순식간에 증발하는 경향이 있다. 혹시 2차 대전이 1차 대전의 원인은 아니었을까? 그렇지 않다면 1차 대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섬뜩한 종류의 불가해한 난센스로 남는다.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라. 바흐와 셰익스피어와 아인슈타인 같은 인류의 천재들은 사실은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 단지 미래의 위대한 작품을 베낀 표절가들이 아니었을까?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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