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오를 때마다
해의눈물 2017/01/29 17:56
해의눈물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전자책] 13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
- 11,700원 (
580) - 2013-04-16
: 3,130
고민된다. 별을 네개 주어야 할지 다섯개 주어야 할지. 좋다는 얘기다. 지난 번 앍은 <제노사이드>보다 복잡하지 않지만 재밌다. 사형제도와 그에 얽힌 사람들의 복잡한 심경을 잘 풀었다. 짧고 임펙트있게 영화처럼 치고 가는 스타일이 좋다.
---
이 책은 ‘추리소설‘에 해당하고, 아래 글은 스포일러에 해당하여 뒤에 덧붙여 본다. 책을 읽을 사람들은 읽지 않아야 더 재미있을듯 ‘-‘
---
어둠 속에서 준이치는 마침내 13계단을 다 올랐다. 준이치는 아직일까 싶어 중간층을 통해 회중전등을 비추어 보았으나, 빛은 1층 입구까지 닿지 않았다. 준이치는 회중전등을 2층 중앙의 불상 쪽으로 돌렸다. 부동명왕은 항마의 보검을 움켜쥐고, 모든 불적을 섬멸하고자 버티고 있었다. 원래는 이교의 최고 신이었으면서, 그 압도적인 파괴력과 함께 불교의 수호신으로 거듭난 무신의 모습이었다. 석가여래가 형성하는 정토, 그리고 법을 범한 자는 그 보검의 일격을 받아야만 한다. 지금 준이치는 눈앞의 불상에 끌리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가 읽은 자료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불교는 상냥한 자비를 베푸는 것만으로는 구할 수 없는 어리석은 중생들을 위해 이 파괴신을 준비했노라고. (6장, 고인을 사형에 처함 중에서)
이야기 속 결정적인 증거가 묻혀있는 일본의 사찰. 이곳에 모셔져 있는 불상은 ‘부동명왕‘이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많은 사찰에 모셔져 있다고 한다. 시바신이 일본의 불교로 넘어올 때 이 부동명왕이 되었다 한다. 부동명왕이 상냥한 자비를 베푸는 것만으로 구할 수 없는 어리석은 중생이란 사형제도를 없애면 살아남는 범죄자들을 이르는 것은 아닐까. 결국 살인을 저지른 범인에 대한 단죄가 다시 살인으로 이어진다는 이후의 내용을 암시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절에 있는 13계단, 그리고 사형이 집행되는 형장에 있다는 13계단 잘 연결되는 아이템을 통해 ‘당신이라면 이 범죄자들을 - 부모를 처참하게 죽인 자를, 여자친구를 강간한 자를, 아들을 죽인 자를 - 죽이지 않고 살려둘 수 있겠는가? 당신이 당한 일이라도 그럴 수 있겠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정면으로 던져대는 긴장감 넘치는 추리소설.
---
계단을 오를 때마다 그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속으로 열 셋을 세는 버릇도 생길 것 같다.
북플에서 작성한 글은 북플 및 PC서재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