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월간 샘터>를 읽으며, 뒷표지글은 누가 쓰는걸까.. 항상 궁금했었다.
대게 앞표지나 뒷표지 글은 발행인이 쓰는데, 샘터에는 발행인 김성구님 칼럼도 별도로 있기 때문에..
서명은 없지만 항상 뒷표지 글에는
연륜이 느껴졌고
사회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와 함의가 담겨 있었고
삶의 지혜가 묻어 있었다.
그 글들을 모아 놓은 책 <천천히 서둘러라>
나는 진심으로, 내가 어제 보다 오늘 더 나아졌다면, 그건 "독서" 때문이라고 믿는다.
게다가 이렇게 구체적으로 현명한 삶을 위해 교훈이 되는 글들의 집합이란
마음으로 읽고 소리내어 읽고 직접 써서 어딘가에 붙여 놓고 싶어진다.
책 속 한줄과 함께
'너무 가까우면 존경심도 물러간다 (Respect is greater from a distance)'는 격언도 있다.
사람이건 물건이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이는 연애나 우정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18p,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때)
나는 이 "관계에 있어서 거리 이론"을 무슨 종교 처럼 믿는다.
서로를 위해, 거리는 적당히 가깝고 적당히 멀어야 한다.
내가 계속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
여러분도 사랑하는 일을 찾으십시오. 사람을 찾아야 하듯 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_ 스티브 잡스
(68p, 스티브 잡스를 기리며)
나는 대게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들춰보고 싶은 문구에 밑줄을 긋거나 작은 포스트잇을 붙여 놓는다.
(이 문구에는 밑줄도 긋고 포스트잇도 붙였다)
일생의 단 한사람, 사랑을 찾는 일에는 그렇게 몰두하면서..
직업을 찾는 일에는 왜 이렇게 미지근할까. 미지근했을까, 나는.
사랑하는 일을 찾아야 겠다, 지금이라도.
석가모니의 출가(出家)는 우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목격했습니다. 사람은 죽는다는 것을, 늙는다는 것을, 병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그리고 가난을, 그중에서도 가장 괴로운 것이 무엇일까요,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는 가난이라고 했습니다
(73p, 강한 사람 약한 사람)
석가모니 조차 가장 큰 괴로움을 가난이라고 인정했다니.
참 슬프고 절망적이지만, 안도감이 느껴진다.
나만 괴로운 것이 아니었구나, 가난에 대한 두려움에.
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유성을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게 된다면, 평생 무서울 것이 없으리라.
.... 타인과 비교하며 혹시라도 갖게 될지 모르는 열등감은 인생의 우유성을 즐기는 데 큰 방해가 된다.
그러므로 열등감은 애당초부터 버려야 한다.
(107p, 누구에게나 우유성은 있다.)
우유성(偶有性, contingency).
한 때 신기루 같은 삶의 우유성에 도취되어 오늘을 살았던 적이 있다.
우유성이라는 이론이, 논리는.. 현대인들에게 아이러니 하게도 큰 희망을 준다.
필요하다..
2013. 12. 12
많은 글귀들에 밑줄과 포스트잇을 붙여 두었다.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캘리그라피로 글자화 해 집 안 여기저기 붙이고,
친구들 모두모두에게 새해 선물로 주어야 겠다.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