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인 건축가 뤼미에르 클레제는 파리 시테섬에 자신이 찾던 조건의 저택이 매물로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부동산으로 향한다. 그런데 좀 미심쩍다. 비싸기로 유명한 파리 중심지에 이런 헐값에 매물이 나오다니. 우여곡절 끝에 그는 저택의 소유주인 피터 왈처가 머무는 요양병원에 이른다. 그리고 받아 든 피터 왈처의 서한.
“왜 4월 15일인가? 그리고 왜 당신이어야 하는가?”
요양병원의 이름은 ‘4월 15일의 비밀’.
왜 하필 4월 15일일까?
이 요양병원은 파리의 고급 저택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중세와 현대가 뒤섞인 오묘한 건물의 신비함에 압도당한 뤼미에르는 건축가로서의 순수한 호기심에 이끌려 이곳의 비밀을 알아내리라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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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번역한 책이 공간과 건축에 관한 이야기였다.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한국어로 옮기면서,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보이지 않는 집》이라는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모를 책이 자꾸만 떠올랐다.
책에 적힌 글자는 변함없음에도 삶의 어느 단계에서 펼쳐보느냐에 따라 감상이 다른 게 독서의 묘미.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그때와 지금의 내 감상이 어떻게 다를지도 궁금했고, ‘추리소설 같은 환상적인 에세이’라는 감상 외에 작품에 대해 남아있는 정보가 없어서 다시 새기고 싶기도 했다.
처음 《보이지 않는 집》이라는 제목으로 읽었던 게 2015년. 《빛이 이끄는 곳으로》라는 제목으로 다시 읽은 게 2024년. 9년 만이다. 손에 잡힐 듯 말 듯 아련했던 제목은 훨씬 직관적으로 바꿔 달렸는데, 개인적으론 새로운 제목에서 작품의 여러 장면이 떠올라 더 마음에 든다.
저자는 건축가다. 책 속 소개에 따르면 ‘기억’이라는 주제로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면서 건축 설계 일을 하고 있다고. 빛을 따라가는 책의 스토리도 영화를 보듯 환상적인데, 8년 동안 직접 모은 ‘집’에 얽힌 많은 이의 사연을 하나의 이야기로 녹여낸 소설이라는 점을 알고 어느 한 분야에 열정을 쏟는 사람의 모습은 정말이지 경이롭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 뤼미에르 클레제도, 프랑스와 왈처와 피터 왈처도, 이 이야기를 쓴 백희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