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주고받는 마음, 그것은 어떤 마음인가.
떠올리며 추억에 잠겨보려 했지만 먼 기억이라 아련하기만 하다.
보고 느낀 것을 펜으로 꾹꾹 눌러 적으며 종이 너머의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답장을 받아 들고는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에 적잖은 위로를 받으며 흐뭇하게 미소 짓던.
매년 함께 맞는 생일이 돌아오면 짝꿍에게 짧은 편지를 쓰고 짝꿍도 비자발적으로(!) 짧은 편지를 써주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편지를 주고받는다고 하면 최소 편지지 두 장은 거뜬히 넘겼던, 고등학생 때 옆 반 친구와 주고받던 편지가 먼저 떠오른다. 가로본능과 롤리팝으로 떠들썩했고 알 요금제를 쓰던 그 시절, 첨단을 달리고 있다고 자부했던 그때 그 시절에 정성껏 펜으로 꾹꾹 눌러썼던 편지가.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며 서로의 지난날을 얼싸안는 마음,
‘대갈’로 자리매김한 순간을 종이 너머로 쿡쿡 웃으며 나누는 마음.
두 작가가, 사계절에 걸쳐서, 서로를 향해 조심스럽고도 정성스럽게 담아낸 마음을 읽는다는 건 독자 입장에서 꽤나 흥미로운 일이었고,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귀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누구에게 편지를 써볼까.
올해 연말에는 편지를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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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비씨는 무엇에 기대어서 이 시간을 견디고 있나요? 담요님은 담배가 더 늘진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부디 사소하지만 도움이 되는 것들을 곁에 두고 단단히 붙드시길 바랍니다.
혼비씨는 무엇에 기대어서 이 시간을 견디고 있나요? 담요님은 담배가 더 늘진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부디 사소하지만 도움이 되는 것들을 곁에 두고 단단히 붙드시길 바랍니다.- P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