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건수하의 서재















함달달 5월(...)의 책. 



소말리아 내전으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헤어져 케냐의 한 난민촌에서 사는 형제의 이야기이다. 작가 중 오마르 모하메드가 형제 중 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롤러 걸>의 작가와 합작해서 이 그래픽 노블을 만들었다고 한다.


네 살 오마르는 아버지가 총격으로 돌아가시는 걸 목격하고 집에 뛰어가 어머니께 알렸고, 어머니는 동생을 데리고 이웃집으로 피신하라고 했다. 그 뒤로 어머니를 만날 수 없었고 이웃과 함께 피난하다가 케냐의 난민촌까지 오게 된다. 형제를 돌봐주던 이웃은 피난하던 중 죽었고, 네 살 오마르는 동생을 돌봐야만 했다. 둘은 피난하던 중 건강이 많이 나빠져서 난민촌에서의 첫 해를 거의 병원에서 보냈다. 하산은 너무 어릴 때 고생을 해서인지 말은 딱 한 마디만 할 수 있고 가끔 발작을 일으키는 등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이다.


난민촌의 생활은 항상 배가 고프고, 물을 뜨러 먼 곳까지 가야 하고, 항상 기다리고 (식량이나 옷 배급 등), 언제나 똑같이 지루하다. (어른들은 KHAT라는 마약을 하기도 한다) 오마르 또래의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지만 오마르는 하산을 돌봐야 해서 학교에 갈 수 없다. 딱 한 명 남은 가족과 떨어지면 어떤 일이 생길지 그는 두렵다. UN 직원이었던가, 어떤 사람이 오마르에게 학교에 다니라고 권유하고 오마르는 언제까지 난민촌에서만 살 수는 없고 미래를 생각해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그래야 기회가 생긴다는 말에 생각을 바꾸게 된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는 교육을 계속 받게 되고, 열심히 공부하고, 미국에 정착하기 위한 인터뷰도 하게 된다. 노력도 하고 좌절할 때도 있었고, 때로는 운이 좋을 때도 있었고... 결국 19살에 그와 하산은 미국으로 가게 된다. 





제목의 'star'은 사람을 뜻한다. 오마르가 밤하늘의 별을 보며 '난 어떻게 해야 하냐'고 엄마에게 물을 때가 있었는데 그래서 처음엔 stars are scattered가 가족이 서로 떨어져 있다는 뜻인가? 했었다. 소말리아의 국기에는 이렇게 큰 별이 그려져 있고 이 큰 별이 소말리아이고, 밤하늘에 있는 작은 별들은 소말리아 사람 하나하나라고... 



소말리아 하면 내전 그리고 해적을 생각했는데, 내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소말리아 말고도 아프리카의 많은 사람, 또 지금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 사람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여러 이유로 예멘 난민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있었던 한국의 상황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기회를 잡기도 어렵고 힘든 절차를 거쳐 정착 (resettlement) 신청을 하는 것인데, 요즘 읽고 있는 책 <우리 안의 인종주의>에 의하면 한국의 난민 인정률 (심사하는 사람 수 대비 인정되는 사람 수)는 0.4%라고 한다. 


















소말리아 사람들은 주로 이슬람교를 믿는다. 책에 나오는 여성들은 모두 머리를 가리는 긴 옷을 입고 있었고, 여학생은 학교에 많이 가지 못하고 집안일을 돕고, 반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여학생이 아버지가 결혼하라고 해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 여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아 캐나다로 갈 생각이었지만..). 그걸 보니 얼마 전 겨우 다 읽은 여성주의책같이읽기 8월의 책이 생각났다. 
















이 책에 유럽 사회에서 무슬림 여성들이 히잡이나 부르카 등을 통틀어 가리키는 '베일'을 착용하는 것을 다문화주의 입장에서 허용하거나 여성에 대한 억압으로 보아 공적인 장소 혹은 학교 등에서 금지하는 양상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었고 (사실 여성이 억압받는다고 생각하는 것 외에 테러의 위험도 걱정한다고 한다), 무슬림 여성들이 원하지 않지만 집안에서 강요해서 결혼하고 거부할 경우 명예살인이라는 이름으로 사망하는 사례 등도 나와있었기 때문이다.



오마르와 하산 형제는 미국으로 간 이후에도 난민촌과 연락을 이어가고, 오마르는 난민 관련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는 활동가 (social worker) 가 되었다. 그러다가 형제가 떠난 난민촌에 온 그들의 엄마와 연락이 닿았다. 엄마는 살아있었던 것이다. 15년 넘게 소말리아와 어딘가에서 살아남아 결국 난민촌으로 온 엄마는 그동안 어떤 일을 겪었을까.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꾸 그 쪽으로 생각이 흘러갔다. 전쟁 중에는 여러 어려운 상황이 생기지만 여성에겐 또 다른 양상의 폭력이 행해지니까. 



그래픽노블이고, 대상독자가 어린이 포함이다 보니 희망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교육은 내 삶을 바꿀 수 있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맞는 말인데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다가... 얼마 전에 어떤 웹소설에서 봤던 '위선조차 누군가에겐 구원일 때가 있다' 는 문장을 떠올리며 내 삐딱함을 반성했다. 아이에게도 영어로 되어 있지만 그래픽노블이니 읽어보길 권했다. 



읽으면서 다른 것들을 떠올리면서 별로 희망적이지 않은 생각도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읽은 책들이 서로 이어지면서 상호작용할 때 독서의 보람을 느낀다. 하필 내가 그런 책들을 요즘 골라 읽었는지도 모르겠지만.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