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인데 글이 많았다.
그래서 아이에게 빨리 읽혀주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사람들이 한 명씩 두 명씩 더 끼어들며,
꿀벌을 따라, 꿀벌나무를 찾아가는 모험이 떠들썩해졌다.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아이도 신이 났다.
그러니까 플롯은 '눈덩이 굴리기'.
점 점 점 점 더 많은 사람들이 꿀벌을 따라 뛰어가고,
맨 마지막에는 꿀을 맛있게 나누어먹는다.
좋은 책을 읽는 것에 어울리는 비유 같다. 책이야말로 그렇다.
한가지, 꿀벌나무를 찾아가는 모험에 사람들이 끼어들 때마다 번역자는 고민을 했을 것이다.
생소한 외국 이름이 나와 누군진 모르지만 또 하나 끼어들었다고만 이해되면 재미가 덜했을 터.
헌데 아이 이름도 초롱이. 양치기는 산노래. 복조리 아줌마, 천둥소리 아저씨. 멋진수염 씨. 연두 양과 완두 양... 내가 이름을 참 잘 붙였다, 딸 아이에게 잘 읽히겠다 싶었는데,
아이는 그 즉시 산노래는 이 사람이고, 이 아저씨가 천둥소리 아저씨라는 둥,
이름을 그림에서 찾으며 듣고 있었다. 어떤 아저씨인지, 어떤 아이인지 그 작은 눈으로 맛을 보는 거였다.
아이의 눈은 그림 속의 벌이나 유모차 속의 아가 표정도 놓치지 않으니까.
암튼. 이름 붙이기도 맛갈스럽게 잘하셨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