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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
  • 김영민
  • 15,300원 (10%850)
  • 2026-01-20
  • : 3,380

1.     현대 중국은 동북의 만주에서 서부 신장과 티벳에 이르는 청대에 형성된 거대한 영역을토대로 하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이른바 중원에서 한족을 중심으로 일어난 중화민족임을 내세워 왔다. 하지만 수많은 민족이 모여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그들에게 '공통의 역사적 공간'이라는 화두는 단순한 지식의 문제를 넘어 발 딛고 사는 땅에 어떤 정체성을 부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 곧 중국은 어떤 나라이며 중국인은 누구인가 라는 물음을 던지면 막연해 질 수밖에 없다. 이제 중국을 ‘동질적으로 통일된, 단일한’ 존재로 전제한 뒤, 제국 시기 말까지 전제주의적 통치로 일관했으며, ‘유교’가 이를 이데올로기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중국정치사상의 장기적 패권을 누렸다고 본 기존의 연구와는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다.

2.     최근 김영민 교수의 저작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진작에 《중국정치사상사》에서 유형학적 접근법 대신 행위자 기반의 접근법을 택해 중국정치사상에 대한 비민족주의적이고 비본질주의적인 설명을 시도한 바 있다. 우선 그는 중국정치사상사라는 서사를 위한 지표로 왕조 교체 모델을 전제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사상가들이 ‘정치적’이라고 이해될 수 있는 일련의 큰 문제들에 대한 정치적 사유의 출현에 기여한 사회적 지적 과정을 찾아내고자 한다. 예컨대 계몽된 관습공동체, 국가, 형이상학 공화국, 정체, 시민사회, 제국 등이 그것들이다. 정치사상이란 전승된 지적 자원에 대한 창조적인 반응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이때 고전 텍스트는 종종 문화적 본질로 간주되어온 지배적인 가정들이 아니라 사상가들이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모식으로서 기능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후 중국과 중국성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가며, 마지막으로 지금껏 많은 학자들이 중국정치사상 대부분을 전제국가를 정당화하고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로 해석해왔음을 비판한다. 요컨대 저자는 현대중국을 추동하는 핵심 원동력 중 하나가 ‘중화’라는 정체성 표지가 말하고 있듯이 어떻게 자신이 최고 존엄이라는 의식을 유지하는 동시에 어떻게 이 지구촌화된 세계의 일원으로 존재해나갈 것이냐 하는 문제의식인 바, 중국정치사상 전통을 보다 역사적으로 이해하자고 제안한다.  

3.     그는 《논어》와 같은 텍스트가 어떤 근본 문제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기보다는 어디까지나 일정한 역사적 맥락에서 존재했던 특수한 문제에 대해서 발언하고 있다고 본다. 사상사의 역설은 어떤 생각이 과거에 죽었다는 사실을 냉정히 인정함을 통해 비로소 무엇인가 그 무덤에서 부활한다는 것을 믿는 것이며, 죽은 생각이 텍스트에서 부활하는 모습을 보려면 그 콘텍스트를 찾아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논어 연작’은 에세이·번역·해설·주석연구·번역비평을 아우르는 통합 프로젝트로, 1.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 논어의 주제를 소개하는 에세이 2. 『논어』: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한 새로운 완역본 3. 『논어란 무엇인가』 공자와 논어의 세계에 대한 해설서 4. 『배움의 기쁨』: 논어 ‘학이’편에 대한 심층 해설 5. 『논어번역비평』: 기존 한국어 번역에 대한 체계적 비평 작업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듯 그는 《논어》를 매개로 해서 텍스트를 공들여 읽는 사람이 되어보기를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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