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을 만들려 하는 순간 순수함은 왜곡된다.
철학을 의식하는 순간 그 철학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버린다.
‘더 빠르게‘라는 철학은 우리를 기록에 집착하게 만들고, ‘더 멀리‘는 거리에 집착하게 만들며, ‘더 꾸준히‘는 달리기를 의무적인 일로 만든다. 어느 순간 한계를돌파하기 위해 뛰다 보면 달리는 게 매번 더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더 우스운 건 그 철학에 맞지 않는 순간들을 스스로 검열하게 된다는 것이다. 별생각 없이 뛰었는데 "오늘도 달리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포장하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마치 인스타그램에 #오운완 #러닝 태그와 함께 올릴 글귀를 미리 정해두고사진을 찍는 것처럼 말이다.
분명 목표를 두고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다만, 목적과 수단이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달리기를 즐겁게 오래 하길 바라는 나의 작은오지랖이다.- 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