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 선생들에게는 하일너의 남다른 천재적 기질이 어쩐지 섬뜩하기만 했다.
예로부터 천재와 선생들 사이에는 깊은 심연이 있게 마련이다. 학교에서 보여지는 그런 학생들의 몸가짐은 처음부터 선생들에게는 혐오의 대상이다. 천재들은 선생들에게 전혀 존경심을 보이지 않는 불량한 학생들에 다름아니다.- P142
이렇게 해서 한스는 자신 속에 숨겨져 있던 사랑의 비밀을 너무나도 빨리 알고 말았다. 그것은 달콤하다기보다는 차라리 쓰디쓴 맛이었다. 부질없는 탄식과 그리운 추억, 그리고 암울한 사색으로 물든 나날들, 숨가쁜 심장의 고동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무서운 꿈결로 빠져드는 밤의 연속. 꿈 속에서는 피가 이상하리만치 격렬하게 끓어올라 끔찍스러운 거대한 괴물이 되기도 하고, 목을 휘감아 죽음을 부르는 팔이 되기도 하고, 불타는 눈빛을 지닌 환상의 짐승이 되기도 했다. 때로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깊은 심연이 되기도 하고, 이글거리는 커다란 눈이 되기도 했다.- P233
이 소년은 한창 피어오르는 꽃다운 나이에 갑자기꺾여 즐거운 인생의 행로에서 억지로 벗어난 듯한 모습이었다. - P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