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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starla

별점을 4개를 줄까 5개를 줄까 망설였던 것은 사실이다. 형사 발란더 시리즈 중에서 이 책이 가장 좋은가? 라고 질문한다면 대답은 '글쎄' 이기 때문에 4개 정도가 적당한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발란더 시리즈 전체에 대한 내 애정은 계속 '그래선 안돼'라고 말하고 있다. 발란더 시리즈 전체에라면 별을 마구 뿌리고 싶은 심정이기 때문에.

스웨덴의 소도시 이스타드의 강력반(이겠지?) 형사 쿠르트 발란더. 팀을 이끌어가는 뛰어난 형사이지만 스스로는 언제나 불완전하고 모자란 인간이라고 느끼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 연애도 건강도 수사도 뭐 하나 제대로 착착 되는 게 없다. 취미는 오페라 듣기, 짜증날 때 드라이브 하기, 일 시작하기 전에 커피 마시기. 이 인물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면 당신은 /분/명/히/ 발란더 시리즈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어쨌든, <하얀 암사자> <미소지은 남자> <다섯번째 여자> <한여름의 살인> 에 이어지는 <방화벽>은 여전히 발란더 아저씨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인데(당연하지;;;) 몇가지 기억해두고 싶은 점이 있다.

우선 <방화벽>은 쿠르트 발란더 시리즈의 8번째 스토리에 해당하는데, 발란더 시리즈가 9권으로 막을 내리는 만큼 이 형사와의 만남도 거의 막바지라는 얘기다.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것이 4권 더 있다.) 이 생활을 그만둘까 생각하는 형사는 끊임없이 회의한다. 거기에 어디에나 존재하는 인간관계의 문제들 (아주 충격적인 부분이라 자세히 쓰고 싶지만 그러면 그대로 스포일러다...)이 그를 괴롭힌다.

그러나 좋은 부분도 있다. 드디어 그의 과년한 딸 린다가 새 직업을 선택한 것이다! (그간 그녀는 고가구 복원가, 또 무슨 레스토랑 어쩌구, 대학 어쩌구로 얼마나 애비 속을 썩였던가) 발란더가 그녀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지지하는 부분에서 나는 세상을 떠난 발란더의 괴짜 아버지를 떠올리며 씨익 웃게 되었다.

쓰고 보니 정작 <방화벽>의 스토리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발란더 시리즈의 팬이라면 조금은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발란더 시리즈를 읽는 까닭은 발란더 아저씨와 주위의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 때문이 아닌가.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배후를 추적하고 범인을 잡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이다.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몇년 동안 이 시리즈를 읽으며 발란더의 중년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그의 고민을 내게 비추어보고, 그의 강직함에 탄복하거나 그의 융통성없음에 안타까워하다보니 시간이 잘도 흘렀다.

그의 수사인생의 끝이 감사패 따위를 잔뜩 받으며 지역사회로부터 인정받고 행복하게 연금생활로 접어드는 그런 것이 아닐 것 같아 조금 슬프다. 하지만 애초에 내가 좋아한 발란더 아저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헤닝 만켈을 용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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