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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가 살고 있습니다.
  • 이순신의 마음속 기록, 난중일기
  • 이진이
  • 13,500원 (10%750)
  • 2015-06-30
  • : 3,499

내가 살고 있는 여수는 이순신과 뗄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우리동네 도서관 이름도 이순신 도서관이고, 우리집에서 도보로 5분 정도의 거리에 이순신 어머님이 사시던 곳도 있다. <난중일기>를 읽으면서 익숙한 여수 지명과 장소가 나올 때마다 기분이 묘해진다. 이순신 장군이 오래 전에 이곳을 거닐고, 지켜주었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뭉클해진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다.

 

이순신 장군이(이하 장군 호칭은 빼겠다) 일본과의 전쟁 준비 기간은 불과 1년 2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류성룡이 이순신을 전라좌수사로 추천한 뒤, 짧은 기간 동안 전쟁 준비를 완벽하게 마쳤다. ‘전란 중에 쓴 일기’라는 뜻의 <난중일기>는 후세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고, 연도별로 구별해서 총 7권의 일기를 남긴다. 이 책에는 이순신의 일기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고, 일기에는 없는 장계(전투 결과를 임금과 조정에 보고)를 통해 임진왜란의 상황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중일기>가 더 궁금해져서 책장에서 원본 <난중일기>를 꺼냈다. 임진왜란의 흐름을 읽었으니 더 상세한 전쟁에 대한 기록과 이순신의 마음에 다가가고 싶었다.

 

<난중일기>를 읽는 내내 이순신의 고독과 외로움에 마음이 아플 정도였다. 나이가 들기 전에 읽었던 <난중일기>는 이순신의 위대함과 일본을 물리쳤던 짜릿한 전투에 집중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롯이 전쟁의 많은 무게를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이순신의 힘듦이 오히려 더 잘 보였다. 개인적인 결정 하나를 할 때도 수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한 뒤에 하는 것도 벅찰때가 많다. 그런데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전쟁의 한 가운데서 이순신의 고충은 감히 이순신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순신의 강직한 성격뒤에 병사들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절절하게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또 다른 이순신을 만날 수 있었다.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도 읽고, 영화 <명량>,<한산>,<노량>도 모두 보았다. 이 책도 두 번째 였고, 그렇게 많은 이순신에 관한 작품들을 만나면서도 만날때마다 너무 가엽다. 할 수만 있다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이순신과 병사들에게 뜨뜻한 국밥을 실컷 먹여주고 싶었다.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데, 환경이 너무 어려웠다. 군량미가 도착하지 않을 때 병사들을 걱정하는 마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병사들을 알리기 위해 신분을 따지지 않고 기록하고 장계를 올리는 모습에 이순신의 노고와 애씀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렸다. 전쟁이 7년 동안 이어지고, 때론 나라도 이순신을 보호해 주지 못하고, 몸이 아픈 와중에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많은 것을 결정해야 했을 때도 이순신은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다.

 

신분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따뜻하게 대했으며,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너그러웠던 이순신도 꼭 잊지 말았으면 해. 또 고난을 극복하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했던 인간 이순신의 모습도 <난중일기>를 통해 꼭 기억해 주길 바랄게. 160쪽

 

이 모든 게 <난중일기>에 녹아 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전쟁 중에도 일기를 남긴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지만 일기라도 쓰지 않으면 이 모든 상황에 대한 숨통이 트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덕분에 후손들은 전쟁과 이순신의 개인적인 감정들까지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전쟁이 얼마나 무모하고, 많은 피해를 낳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런 일이 또 다시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도 느껴졌다. 7년 동안 이어진 이 전쟁을 자신이 손으로 마무리 짓고 싶어서 시작된 노량 해전에서 결국 마무리 짓긴 했지만 끝까지 병사들과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은 감히 이순신의 근처도 따라갈 수가 없을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이순신의 마음을 짐작하는 것 뿐이지만 그거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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