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소녀, 말광량이 삐삐
쌀보리 2001/10/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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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아니~~~카~~~'
저 멀리 말괄량이 삐삐가 이웃집 친구들 토미와 아니카를 외쳐 부르던 어린 시절 보았던 '말괄량이 삐삐'란 TV외화 시리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훗날 삐삐역을 맡았던 배우가 남자아이였다던지, 그 아역 배우가 사망했다던지 하는 뭇소문의 진위여부에 귀 기울이고 했던 이후로 기억속에 묻혀 있었던 이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활짝 열어젖힌 기분이다.
삐삐만큼 개성적인 이야기의 주인공도 드물다. 꼿꼿하게 땋아 양쪽으로 뻗친 갈래 머리하며, 주근깨 투성이의 장난스런 얼굴에, 말 한마리도 거뜬히 들어올릴 수 있는 차력사같은 괴이한 힘에, '닐슨씨'란 이름을 가진 원숭이 신사를 친구처럼 어른처럼 여기며 말 한마리와 함께 말 그대로 '뒤죽박죽' 별장이란 집에서 혼자 사는 씩씩한 꼬마 소녀이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삐삐를 우상처럼 여길수 밖에 없는 것은 예의와 청결과 규칙에 점점 길들여져 있어서 자유분방하고, 상상력을 실행으로 옮기는 삐삐의 충동적인 행동에 일종의 경외심을 가지고 대리만족을 느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사고를 일으킬 것 같은 삐삐의 평범하지 않은 행동엔 나름대로 이유와 규칙이 있다.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하고 싶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그 일이 실패로 돌아갔을 경우엔 다시 되풀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두번의 실수는 되풀이 하지 않고 스스로 반성하며 깨닫는 자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삐삐의 행동을 읽다보면 사고를 일으킬 것 같은 노파심에 초조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들이 생기고 어떻게 해결이 될까라는 기대감에 사로잡힌다. 우리 시대엔 삐삐같은 아이를 일명 '엽기 소녀'라 지칭하겠지만, 평범에서 벗어나 일탈적인 행위를 보이는 아이들을 마냥 버릇없다 생각하며,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동심에 눈높이를 맞춰 좀 더 여유와 너그러움이 담긴 부드러운 시선으로 미소를 던져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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