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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책은 거의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의 작품 중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슈렉'에서도 수다스런 당나귀 한 마리가 등장하는데, 바로 이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책의 등장 인물, 아니 주동물도 실베스터라는 당나귀이다. 미키 마우스의 생쥐나,깜직하게 생긴 고양이,우리의 전래동화에 가끔 등장하는 충견 개처럼 아주 깜찍하거나 영리하게 생긴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에 익숙해져 있어선지, 당나귀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약간의 실망을 금치 못하며 선뜻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는 않았다. 또한 모습은 당나귀인데, 사람처럼 옷을 입고, 직립하는 모습이라니..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윌리엄 스타이그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라는 명성을 첫장을 넘겨 끝장까지 가는 동안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빨간 요술 조약돌을 발견한 당나귀 실베스터, 사자를 만난 순간 당황하여 움직일 수도 없는 커다란 바위로 변하게 해 달라는 엉뚱한 소원 때문에 부모님과 생이별을 하게 된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오고, 실베스터 찾기를 포기한 실베스터 부모님들은 오랜만에 소풍을 나서고 실베스터인 바로 그 바위위에 나란히 앉아서 잃어버린 아들 실베스터를 생각하며, 눈물 잠기는 두 사람.
실베스터는 부모님을 목청껏 불러도 바위가 소리를 낼 수는 없는 법. 지척에 있으면서도 아들을 알아볼 수 없는 부모님. 눈 앞에 빨간 요술 조약돌이 있어도 손에 넣지 않으면 소원을 빌 수 없어 안타까워 하는 실베스터.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기적이라도 일어나 서로 서로 알아볼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하게 만드는 작가의 뛰어난 구성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더군다나, 빨간색 요술 조약돌이어서 실베스터의 부모님이 쉽게 발견해 바위 위에 올려 놓게 하고, 그 때 소원을 말해 당나귀로 변한 실베스터가 부모님을 만나는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반전을 연상케 한다.
나에게도 빨간 요술 조약돌이 있다면, 나도 가족의 사랑을 잃지않게 해달라고 빌어볼 수 있을까! 이 책을 비롯하여 윌리엄 스타이그의 여타의 책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 '생쥐와 고래(아모스와 보리스)'에서도 드러나지 않게 느껴지는 따뜻함, 보이지 않는 강함이 마음을 촉촉히 젖어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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