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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순이는 바로 내 위 언니의 모습이다. 어릴 적 울보 동생인 나를 달래기 위해 손을 꼭 잡아끌며 뒷뜰에 있는 꿩을 보여주러 데려가곤 했다 한다. 알 수 없는 엄마와는 또 다른 사랑... 잠시 기찻길을 그리는 사이, 끼익하는 자전거 소리에 혹시나 사고를 당한건 아닐까하는 모습에서 또, 멀리 동생처럼 보이는 꼬마 여자애를 불러 세우는 장면에서 사라진 동생을 찾아 헤매는 언니의 심정을 세심하고 맑게, 그림으로 표현한 하야시 아키코의 탁월한 심리 묘사에 탄성이 절로 났다.

맏이가 느끼는 책임감은 나이가 적든 많든간에 무겁기만 한 것인가 보다. 아장 아장 걷는 꼬마 동생 영이를 다섯 살처럼 보이는 여자애 순이가 엄마처럼 동생을 돌보는 의젓함을 보여주니 말이다. 맏이란 엄마처럼 사랑과 안정을 주는 믿음직한 존재란 걸 이 책을 통해 동생들은 막연하게 나마 느낄 수 있으리라.


잃어버린 동생 영이를 찾아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 놀이터에서 순이는 동생을 발견하고는 안도의 미소를 퍼뜨리며 동생 영이를 향해 달려 간다. 그리고는 꼬옥 껴안아준다. 가슴 절이며 찾아 헤맨 언니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생 영이는 마냥 반가워 하며 말이다. 바로 이 그림 한 곁에 두 딸을 찾아 놀이터까지 달려 오는 엄마의 모습을 어른들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아이들은 곧잘 발견하곤 한다. 역시 아이들의 관찰력은 예리하다.

낯선 아저씨의 손에 이끌려 오는 어린 꼬마애를 보고는 동생 영이로 착각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그럴 때 영이와의 다른 점을 설명해도 이해시키기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은 늘 마음 한껸을 따스하게, 코 끝을 찡하게 만드는 신기한 재주가 있다는 것을 읽을 때 마다 가슴으로 확인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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