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참 염치 있는 표지판

토요일에는 대전에 다녀왔다. 극적으로 이겼고 1위!
계속 못하고 헤맬 때도 너무나 사랑하는 내 팀이었는데 잘 하니까 그것대로 또 좋아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만은 못한 것은 한때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한 팀의 쓸쓸한 현재가 너무 생생히 다가와서.
운행이 중단된 채 한참동안 방치된 놀이동산을 볼 때의 쓸쓸한 기분이 승리의 기쁨 위에 함께 묻어 따라왔다.

일요일에는 내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중국집에서(드디어 내 입에 꼭 맞는 짜장면을 찾았다!) 다같이 저녁을 먹었고
목관절에 좋다고 유명한 베개 한 쌍도 선물 받았다.
아직은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지만 나이 먹을수록 목과 허리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데
그래서 안 그래도 이 베개를 살까말까 예전부터 고민했었다. 하지만 너무 비싸서 살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베개가 생겨서 무척 기쁘고 정말정말 고마웠다. 며칠 베고 자보니 정말 확실히 다르다.

회사가 쉬는 월요일에는 축구를 갔다와서 하루종일 스피노자스피노자
요즘 스피노자 공부하는 시간이 제일 좋다. 이날처럼 하루종일 푹 빠져있을 수 있는 날은 더욱.
문제는 이렇게 열 시간 가까이 책상 앞에 있던 날이면 이 세계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어서
번번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새벽까지 붙들고 있느라 잠이 모자라다는 게 문제.
고민 끝에 아침요가를 다음날 꼭 넣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화요일에는 퇴근하고 한동안 남프랑스에 가있을 친구를 만나서 신나게 이야기 듣고 하고.
가게 문 닫는 시간까지 있고도 모자라서 친구와 합정역에서 홍대역까지 한 정거장을 같이 걸었다.
친구를 보내고는 근처에서 일하던 봉이와 만나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영화를 봤다.
끝나고나니 새벽 1시가 넘었는데 영화의 여운 때문에 너무나 술이 마시고 싶었고...
그러나 우리는 내일 출근을 해야하고... 그런데 술이 너무나 마시고 싶었고...
그래서 고민 끝에 영화관에서 집까지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걸어가며 술을 마시기로 했다ㅋㅋ
팩소주를 하나씩 들고 마시면서 간간히 건배도 하고ㅋㅋ 영화 이야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돌아왔던 새벽.

수요일에는 퇴근하고 요가를 갔다오니 집에 책이 도착해있었다.
언제나 이렇게 신간들을 챙겨주셔서 너무나 고맙다ㅠㅠ
책에도 표정이 있어서 이렇게 화사하게 바뀌니까 새로운 기분.
이미 정이 든 탓에 아직은 구판의 표지들이 더 좋지만
바뀐 표지만큼 달라졌을 이야기들을 생각하니 전혀 읽어보지 못한 책을 펴는 기분으로 좀 설렌다.
직접 보시면 어쩐지 쑥스럽고 민망해서 페북에는 차마 쓰지 못하니까 여기에다 써야지
옛날부터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나에게는 구병모님은 올타임 베스트!

목요일에는 오랜만에 아침 요가를 갔다가 퇴근하고 친구들과 곱창을 먹었다.
기자인 친구에게 축구 뒷얘기를 잔뜩 들었고 축구로 시작해서 축구로 끝나는 아름다운 자리였다ㅋㅋ
친구가 이번에 공들여 쓴 책도 선물로 줬다.
사실 나에게 월드컵은 매우 관심 밖의 일이지만 친구 책을 넘겨보다보니 어쩐지 좀 기다려도 지고.

오늘도 아침 요가를 다녀왔고 역사적인 날을 맞아 일하면서 틈틈이 뉴스 영상 찾아보며
어쩐지 눈물을 찔끔거리고 있다ㅠㅠ 여러 소회들과 많은 말들이 머리속과 마음을 꽉 메운다.
